스포츠조선

다이아몬드를 낳는 馬, 씨수마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7-12-14 15:24


메니피.

경마계에서는 황금을 넘어 '다이아몬드' 수준의 가치를 창출하는 특별한 말(馬)들이 있다.

우수한 품종을 후대로 보내는 역할을 맡은 '씨수마'는 극소수다. 미국의 경우 매년 생산되는 4만마리의 경주마 중 1%인 400마리 정도가 씨수마로 활동하게 된다. 현역 시절 화려한 성적을 냈거나 놀라운 신체 능력을 보유했던 말들이 은퇴와 동시에 가입하는 일종의 '센추리클럽'이라 할 수 있겠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친 씨수마는 자신의 우수한 능력을 후대로 전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승용마는 대부분 인공수정을 하지만 경주마는 직접 교배를 원칙으로 한다. 인공수정을 통해서는 인위적으로 좋은 유전자를 배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주마' 생산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만약 씨암말이 인공수정을 통해 자마(子馬)를 생산하게 되면, 약 1년간 그 씨암말이 낳은 말은 자마로 등록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혈통을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침 중 하나다.

한국에도 약 100마리 정도의 씨수마가 활동하고 있다. 그 중 메니피는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 씨수마로 한국 경마 산업 규모에 비해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메니피와의 교배 경쟁률은 평균 4대 1로 아파트 분양을 방불케 하는 높은 경쟁률을 보유하고 있다. 메니피의 교배 비용은 놀랍게도 무상이지만 만약 돈을 받는다면 암말 당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의 비용을 내야 한다.

한국경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06년 한국으로 온 메니피는 전설적인 씨수마 '스톰캣(Storm Cat)'의 직계혈통이다. 스톰캣은 160마리의 스테익스 우승마를 배출한 씨수마계의 전설로 종부료가 가장 높았을 때는 1회에 50만달러(약 6억원)에 달했으며 그 해 벌어들인 수익만 70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 받은 말들 중 131두가 경주에 출전했고 그 중 67마리가 107승을 거두었다. 이 말들은 승률 14.2%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 중 6마리나 대상경주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출전횟수 당 평균상금이 923만원, 출주 말 한 마리당 평균상금은 5290만원에 이른다. 한국 경마계 역대 최고의 씨수마 성적이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춘 메니피를 모든 농가에 한 번씩 교배 지원을 하면 좋겠지만 메니피는 1996년생으로 올해 21세의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다. 게다가 현재 심장이 좋지 않아 약까지 복용하다 보니, 많은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암말 60마리와의 교배가 예정돼 있다.

메니피의 교배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는 24시간 내내 수의사와 관리사가 CCTV를 통해 밤낮으로 관리하고 있다. 건강한 씨수말은 1일 3회 이상 많게는 100여 마리와 교배가 가능하지만, 메니피는 1일 2회로 제한하고 있다. 박상대 장수목장장은 "고령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고려하여 메니피의 정액을 냉동 상태로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메니피의 생활은 어떨까? 메니피가 사는 장수목장은 '마방(馬房)'의 품격부터 다르다. 일반 경주마 마방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메니피'의 마방은 최고급 원목으로 치장되었으며 크기도 7~8평 정도로 일반 경주마 마방보다 두 배정도 크다. 말들의 세계에서는 가히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신의 마방'인 셈이다. 여기에 '메니피'는 2000평 정도의 전용 초지도 이용한다. 날이 궂을 때는 실내에 비치된 시속 15㎞까지 속도가 조절되는 러닝머신 위에서 몸을 풀기도 한다.


이 특별한 씨수마는 말 관리 경력 20년이 넘는 씨수마 전담 관리사들의 24시간 보호를 받고 전담 수의사가 한 달에 두 번 건강 체크를 하는 등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오전·오후에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1시간씩 러닝 머신을 뛰며 교배 시즌을 대비해 몸을 만들고, 한 달에 두 번 건강 체크, 일 년에 두 번 정기 종합검진을 받는다.

메니피의 식사 또한 다르다. 홍삼, 마늘, 비타민, 오메가3 등 몸에 좋다는 건 전부 들어가 있다. 식사 외에 간식 또한 만만치 않은데 미국산 토끼풀을 압축해 만든 '알파파'라는 간식은 전량 수입품으로, 밥값만큼 이나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비를 포함해 메니피 한 마리에게만 한 달에 1000만원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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