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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주전 공격수, 전방 미드필더를 하면서 화려하게 조명 받고 싶어 하는 데, '나는 저 뒤쪽에서 풀백을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어린 축구선수가 있다고 칩시다. 그럼 우리는 아이에게 이렇게 한마디씩 해주겠죠. '얘. 정신 차려. 먹고 살기 힘들어. 차라리 딴 거 해'. 아이와 가깝고 친한 사람일수록 당연히 그렇게 얘기해 주려 할 겁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바로 외상외과를 한다는 게 그런 겁니다. 지금 의료보험수가체계에서는 답이 아예 안 나와요. 열심히 일해서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일 테니까요."
기자에게도 최근 지인들이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하고 가입추천 메시지를 보내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인터넷 및 모바일 사이트에는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카페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관련 청와대 청원도 수십 건이 넘는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의사를 밝힌 청원의 경우 열흘 만에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이국종 교수 스스로도 밝힌바 있지만 그는 의사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부르며 환호할까. 언론 브리핑에서 의사로서의 의무와 소신을 당당하게 밝힌 부분도 지지를 얻는데 일조했지만, 더 큰 이유는 국민들 각자가 자신을 탈북 병사의 상황에 이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국 국민들이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것은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가 탈북 병사에게 한 것과 같은 치료를 희망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아울러 다수의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 가는데 현실은 암울하기만 한 것에 대한 분도도 담겨 있다고 본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치료 여건을 갖춘 해외로 떠날 수 있는 일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 같은 불안감이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근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의료의 평균 수준은 현재 세계 1위다. 치료 가격이나 속도를 따지자면 선진국보다 더욱 월등하다. 하지만 중증외상 분야로 한정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한 해 우리 국민 3만명이 중증외상으로 상망한다. 우리나라의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조기에 치료하면 죽지 않았을 사람 비율)은 35%로 선진국의 6~9%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한때는 70%에 육박했다니 그나마 많이 나아진 셈이다.
한 전문가는 아마존 밀림에서 나무에 오르다 떨어져 죽나, 국내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죽나 그 확률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바 있다. 사고 현장 근처 1차 의료기관에 들렸다가 2차, 3차 기관으로 이송되는 동안 출혈로 소생 불능에 빠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운 좋게 3차 기관으로 직행해도 외상학 전문의가 없어서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군 더스트오프팀이 FM대로 해서 탈북 병사를 살렸지만, 우리나라 중증외상 환자의 이송과 치료가 제대로 되는 줄 아느냐, 크게 다친 환자들이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 게 우리의 현실이란 걸 알았다면, 저 사람이 북한에서 넘어 온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소릴 합니다."
이국종 교수가 지난달 3차 브리핑에서 한 폭탄발언이다.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 작전으로 총상을 입은 선장을 구할 때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당시에도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중요성과 문제점이 제기된바 있다. 최근 일어난 낚싯배 충돌사건은 세월호 사고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또, 국가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는 이미 과거의 아픈 사건들을 통해 분명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매번 사건이 날 때마다 같은 문제점들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거론된다.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인터넷카페에서는 자발적인 성금 모금이 진행 중이다. 국가나 기관이 개선하지 않고 있음에 국민이 움직인 것이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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