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가 지분을 100% 가까이 보유한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줘 지난 2015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던 하이트진로그룹이 이번에는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조사방해 혐의로 다시 조사를 받게 되면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일 공정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조사방해 혐의로 하이트진로에 대한 조사를 재개했다. 하이트진로그룹 지난 3일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5조5000억원, 자산 순위 55위인 대기업으로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번 조사는 대기업 지배구조, 부당 지원행위 등을 주로 규제하는 시장감시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에는 개별 직원들뿐만 아니라 법인인 하이트진로도 포함됐다. 이는 조사방해 행위가 회사 차원에서 용인되고 주도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시장감시국은 2015년 7월부터 하이트진로 본사와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조사 방해 행위는 일감 몰아주기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자료 제출·은닉 행위 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와의 부당한 내부 거래 의심을 받고 있는 서영이앤티는 생맥주를 담는 통인 '케그'(KEG), 냉각기 등 맥주 관련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특수관계자인 하이트진로 등의 일감 지원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지난 2011년 868억원, 2012년 1087억원, 2013년 206억원, 2014년 204억원, 2015년 253억원, 2016년 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96.18%, 2012년 97.24%, 2013년 23.55%, 2014년 40.17%, 2015년 36.87%, 작년 28.25%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 크게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 20%)와 매출액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도 규제대상이 된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오너 일가가 소유한 기업이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과 차남인 박재홍 하이트진로 상무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58.44%와 21.62%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또 박 회장과 그의 형 박문효씨가 각각 14.69%와 5.16%를 보유중이다.
게다가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 744억4683만원의 28.25%인 210억3246만원이다. 내부거래 매출 200억원과 매출액 12% 이상 규제 기준에 모두 걸리는 셈이다.
무엇보다 서영이앤티는 2015년 공정위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공정위 조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에도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재벌개혁을 최우선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공정위가 하이트진로의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고강도 제재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검찰 고발을 비롯해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기준 고시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조사결과 밝혀진 부당지원 금액의 최대 8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 역시 높을 전망이다. 통상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면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었지만 개정 공정거래법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현재 검찰 고발 등 처벌까지 가능하다.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제재 결정과 조사방해 혐의로 인한 조사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측은 잔뜩 숨을 죽이고 있는 상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위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다만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을 계속 줄여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는 성실히 받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개별 사건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