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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늪'에 빠진 면세점업계, 명품 유치-임대료 인하 요구 등 생존 몸부림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7-09-08 08:17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위기에 처한 면세점업계가 명품 유치와 임대료 인하 요구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 중이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 외부적으로는 고객을 더 모을 수 있는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 확충에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임대료 인하 등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로 전락한 면세점업계가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여러 노력의 성과가 드러날 올 하반기 성적표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명품 유치에 속도 내는 신규 면세점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규 면세점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명품 브랜드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오는 21일께 루이뷔통과 디올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카르티에와 펜디 매장을 여는 등 명품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루이뷔통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루이뷔통, 디올, 펜디, 불가리 등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20여개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다. 이미 셀린느, 펜디, 겐조, 지방시, 마크제이콥스 등 LVMH 계열 브랜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업계에서는 루이뷔통의 신세계면세점 입점이 마무리되면 HDC신라면세점 입점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신규 면세점들도 이른바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소위 '빅3'는 유치하지 못했지만 시계 등 고급 브랜드를 계속 입점시키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지난달 독일 고급 시계브랜드 노모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도 입점했다. 두타면세점은 오는 15일 고급 시계브랜드 IWC 매장을 열며, 이달 말에는 화장품 브랜드 라프레리가 입점할 예정이다.


이처럼 신규 면세점들이 명품 브랜드 입점에 집착하는 것은 수익 개선을 위해서다. '빅3'를 비롯한 해외 고급 브랜드는 화장품과 더불어 면세점의 핵심 콘텐츠로 꼽힌다. 고급 브랜드 유치를 유치하면 객단가가 올라가고 여행사 등과의 송객수수료 협상에도 유리하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단체 관광객이 끊긴 가운데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고급 브랜드 매장이 필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지난 2월 40억원에 육박했던 하루 매출이 3월부터 5월까지 30억원에 머물렀는데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입점 등으로 하루 매출이 4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대료 인하 없으면 나가겠다!

롯데를 비롯해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업체들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임대료가 인하되지 않을 경우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면세점까지도 대거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권을 포기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드 사태로 주 고객층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영업 환경이 예상치 못하게 급변했다. 현재 상태로는 남은 사업 기간 수조원에 이르는 공항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인천공항 3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의 5년간 임대료는 4조원이 넘는다. 영업 면적이 가장 넓고 신라(1조5000억원대)나 신세계(4000억원대)보다 임대료가 훨씬 많다. 특히 롯데는 5년 가운데 3∼5년차(2017년 9월∼2020년 8월)에 전체 임대료의 약 75%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기간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로, 4년차와 5년차에는 연간 1조원 이상을 내야 한다.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업계는 적자를 감수하며 공항면세점을 운영해왔지만, 사드 사태 여파로 시내면세점 실적이 악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를 선언했다.

면세점업체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인천공항은 임대료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임대료 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판촉 프로모션 지원은 확대할 예정이지만 직접적인 임대료 감면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중견면세점들은 공항 측을 상대로 법적인 대응에까지 나섰다. 삼익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익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지급하는 임대료는 매출의 약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포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시티플러스는 한국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나 시내면세점 증가 등 정책적인 결정과 관련된 요인으로 공항면세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 여력도 충분하다"며 "그런데도 협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송 등의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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