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매공사, 한국담배인삼공사.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KT&G의 '공기업 시절'의 이름들이다.
국내 담배회사인 KT&G는 토종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최근 이 회사는 과거의 딱딱한 공기업 이미지를 벗고 대학생들로부터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한편, 세계시장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담배회사로 성장했다. 발 빠른 기업문화 혁신으로 조직의 DNA를 '트렌드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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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행사라고 쓸까…여행이라고 쓸까…아니면 뭐라고 써야하지?"
대체 인력 없이 자리 비우기 어려운 영업사원을 위해서는 휴가자를 대신할 전문 근무인력을 상시 운영하는 '릴리프(Relief) 요원제'를 신설해 언제든 마음 편히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했다. 개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회사는 입사 후 5년마다 3주간의 휴가를 부여하는 '리프레쉬 휴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 7일의 휴가를 제공하고, 연차 사용 독려차원에서 연차 8일을 함께 사용하게 해 총 3주간의 장기 휴가를 주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은 여행, 가족과의 시간 등을 가지며 지쳤던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KT&G가 이처럼 휴가를 장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눈치 안보는 휴가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또한 임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통해 줄어든 전체 근로시간을 청년 고용 확대에 활용함으로써, 국가적으로 최우선 과제인 청년실업 해소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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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탈피하고 가족 친화적 문화 정착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자녀 출산시 최대 3년 동안 쉴 수 있게 출산휴직(최대 1년, 임신기 사용)과 육아휴직(최대 2년, 출산 후 사용)제도를 마련해 안정적으로 자녀를 돌볼 수 있게 했다. 남직원 역시 육아휴직을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실질적인 육아휴직 참여 독려를 위해 출산 휴가시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육아휴직으로 전환되는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했다. 이 제도 도입 후 육아휴직 이용률이 3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직원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최근 육아와 가사 등의 부담으로 인해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 여직원)가 많지만, KT&G의 경우 여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18.5년으로 대기업 평균여성 근속연수보다 두 배 이상 길다.
이렇듯 KT&G는 건강한 가정이 곧 건강한 회사의 버팀목이라는 기업철학 아래 일-가정 양립문화를 조성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5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는 '여가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KT&G는 올해 초에도 일-가정 양립문화 정착을 위한 '가화만社성' 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기업문화를 업그레이드 하기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조선후기 연초 수출을 위해 만들어진 '순화국'… KT&G의 전신으로 밝혀져
최근 KT&G는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우리나라 담배산업 기원을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1899년 세워진 대한제국 황실의 '삼정과'를 창업기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국내 학자들의 연구로 이보다 16년 앞선 1883년 개화파 주도로 최초의 담배제조소인 '순화국'이 설립된 사실이 밝혀졌다.
순화국은 조선 후기 개항 후 서양식 연초를 제조하고 무역(수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영·공영 회사이다. 당시 연초 등 서구 제품들의 대대적 확산에 따라, 개화파를 중심으로 자주적 연초산업 발전을 위한 대응 필요성이 제기돼 만들어진 것이다.
'순화국'의 뜻을 이어받은 KT&G의 성장 또한 뛰어나다. KT&G는 1988년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현지공장과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전 세계 5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세계 5위의 글로벌 담배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판매량 또한 수직상승해 2015년부터는 수출이 내수를 추월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의 해외 담배 판매량을 기록했다.
KT&G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조직문화의 에너지가 향후 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소통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선진적 기업문화 조성을 통해 앞으로도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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