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와 '기운생동'으로 요약되는 서예는 역사가 유구한 동양의 전통예술이다. 점과 선·획의 태세·장단, 필압의 강약·경중, 운필의 지속과 먹의 농담, 문자 상호 간의 비례 균형이 혼연일체가 되어 미묘한 조형미가 이루어지는 서예는 '문화의 꽃'으로 우리 인간의 삶과 함께 가꾸어 오면서 언제나 인간 옆에 그리고 세계 안에 존재해 왔다. 한국추사연묵회의 최영환 회장은 "서예는 개인의 학문, 성격, 재능, 의지 등을 골고루 보여주며 연마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수양과 정서함양에 큰 역할을 한다"며 "하얀 화선지를 펴 놓고 먹을 갈 때 느끼는 그 희열과 빈 화선지 위에 고운 필선을 수놓는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서예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화선지 위에 먹선 하나로 마음을 전달하고자 긋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깨달음을 주고 얻기도 하는 서예는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이라고 전했다.
추사 김정희는 추사체라는 독특하고도 수려한 서체를 남긴 조선시대의 문신이자 서화가다. 추사체는 김정희의 호를 따서 만들어진 서체로 당시 이를 따라 쓰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세를 풍미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그의 서체를 연구하고 본받으려는 이들이 많다. 전, 예, 해, 행, 초 등 모든 서체를 개성 있게 융합한 가장 진보적인 서체인 추사체는 예서(隸書)에서 출발하고 있으면서 예서의 변형인 한대의 필사체를 충분히 익혀 부조화스러운 듯하면서 조화되는 글씨의 아름다움을 천성으로 터득하고 있다. 즉 선의 태세와 곡직, 묵의 농담 등으로 글자 하나 하나에 구성과 역학적인 조화를 주었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서축을 이룬다. 이것은 획과 선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성에 의한 예술인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구양순체, 왕희지체가 유행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조맹부체, 안진경체가 유행하는 등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서체가 있었지만 추사의 글씨는 어느 글씨와도 차별되는 독특한 서법을 자랑한다. 이는 그가 학문에 바탕을 둔 글씨를 창안해 냈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학자였을 뿐만아니라 돌이나 금속에 쓰여진 문자를 연구하는 금석학의 대가이기도 했던 추사는 중국 진한시대 이래의 여러 서체의 장점을 연구, 그만의 서체인 추사체를 창안해 냈다.
최영환 회장은 "추사 김정희 선생은 가까운 옛것부터 먼 옛날로 소급해가며 수 천년간 이어져 온 중국 역대 서법의 특징을 익힌 뒤 우리의 전통까지 융합해 새것을 만들어냈다"며 "옛 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전혀 옛것과 같지 않은 법고창신의 서체가 바로 추사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서예는 중국의 서체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서단에서도 추사체를 홀대하는 등 추사체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서법이 매우 난해하여 기존 서예가들은 추사체의 우수성을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도 접근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추사연묵회의 가산 최영환 회장이 한국 추사체의 맥을 이어가며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를 계승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그윽한 묵향을 자아내는 한국추사연묵회는 추사체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곳으로 지난 1975년 창립 후 매년 정기회원전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과 교류전을 갖는 등 한국의 고유서체인 추사체를 연구, 보급하는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5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오롯이 서도에 천착해 오며 한국 추사체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최 회장은 이곳에서 추사체의 확산, 보급과 후학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서예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곧은 신념을 지닌 최 회장은 서예인들이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국내 서예계의 크고 넓은 몫을 담당해 국내서단의 귀감이 되고 있다. 196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네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최영환 회장은 지난 1975년 부모님과 온 가족이 가족서예전을 가져 서예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금석문으로 중국 산곡비림, 서왕모만비림, 신묵비림, 한국서예비림 등의 입비와 보문산 삼문사 주련현판 50점 외 신도비, 사찰현판 등의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등 해외 방문전시를 통해 추사체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는 그 사람됨과 같다는 말이 있다. "말, 글, 글씨 모두 뇌의 반영이기 때문에 글씨체를 보면, 외모로 알 수 없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는 최영환 회장은 "향후 추사의 맥을 잇는 자료들을 모아 기념관을 건립하고 상설 전시를 통해 추사서체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싶다"고 의지를 표했다. <글로벌경제팀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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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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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회장 작품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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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회장 작품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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