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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죽고 나 살자' 치킨게임 벌이는 온라인쇼핑업체, 생존 가능할까?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7-02-21 08:30


쿠팡·티켓몬스터 등 온라인쇼핑업체들이 눈덩이처럼 적자가 늘고 있음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공멸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할인쿠폰 발행이나 배송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경쟁업체가 먼저 백기를 들기를 바라는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다. 매년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

이들 업체들이 수익성을 포기한 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자본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쓰고 있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갖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출혈 경쟁→적자 지속→자본잠식 악순환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오픈마켓 등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소셜커머스업계를 대표하는 쿠팡·티몬·위메프 등 3사의 적자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 이들 3개 업체는 각각 5470억원, 1452억원, 14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4년(쿠팡 1215억원, 티몬 246억원, 위메프 290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 게다가 지난해 역시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충성 고객 확보와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물류, 배송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에 지난해 적자 규모도 2015년과 비교해 많이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티몬 또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예상했다.

오픈마켓 또한 적자 규모가 만만치 않다. 순 방문자(UV) 수 등에서 업계 1위인 11번가(SK플래닛 운영)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검색 시스템 등에 대한 IT(정보통신) 투자도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11번가 측 설명이다. 따라서 소셜커머스 3사와 업계 1위 11번가의 영업손실만 따져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모바일 등을 통한 온라인쇼핑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적자 폭도 커지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업체들은 일정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할인쿠폰 등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늘리려면 배송이나 검색 시스템,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에 계속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시장에선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1위 사업자에 집중되기 때문에 점유율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


그런데 이로 인해 생긴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외부 투자를 시급히 유치해야 하는데, 이때 높은 시장 점유율은 필수 조건이다. 예컨대 직매입(로켓배송)과 오픈마켓으로 핵심 사업 모델을 전환한 쿠팡은 지난해까지 총 14억달러(약 1조5974억원)를 유치했다. 세쿼이어캐피탈로부터 1억달러, 블랙록에서 3억달러,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를 각각 수혈 받았다. 티몬은 NHN엔터테인먼트, KKR 컨소시엄, 인사이트벤처&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1415억원가량을 유치했고, 위메프도 NXC에서 1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온라인쇼핑업체들이 자금을 유치하려면 출혈을 무릅쓰고서라도 공격적 마케팅으로 방문자 수나 거래액 등 외형을 키울 수밖에 없고, 결국 그 결과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쿠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적자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티몬은 2011년부터 약 4000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위메프 또한 지난해 적자 규모를 수백억원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3년 이후 누적 적자가 3000억원을 웃도는 실정이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바로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고 업체들은 생각한다"며 "할인 쿠폰 등을 통해 일시적이라도 늘어난 거래액으로 영업손실을 메우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에 의문 생기면 자본 유치 더 이상 불가능"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는 추세.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6조87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나 늘었다. 월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6조원을 돌파한 것은 200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이 시장의 성장 추세가 둔화되면, 기존 업체들 중 분명 자진해서 문을 닫는 곳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 아니다. 장애물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고객들을 뺏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이후에도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투자 유치와 인프라 확충,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쟁업체가 먼저 쓰러질 때까지 버티고 보자는 치킨게임이 멀어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가격 경쟁력은 실속만 챙기는 '체리 피커'를 불러들일 뿐, 충성 고객의 꾸준한 재방문과도 거리가 멀다. 출혈 경쟁을 부르는 무모한 할인 정책보다는 업체 고유의 서비스 등 차별화 요소를 마련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지속됨에도 자본유치를 통해 이를 메워나가면서 온라인쇼핑업체들이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머지않아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왜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것이 확인되면, 즉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게 되면 자본유치가 더 이상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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