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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의 학구파 구자흥 조교사가 지난달 30일 오매불망하던 100승 고지를 넘었다. 99승을 달성한지 한 달만이다.
"하늘의 뜻인지, 천우신조인지…." 사실, 이번 승리는 구 조교사 스스로도 예견 못했던 일이다. 당초 '상감마마'는 국산4등급 경주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출전두수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혼합3등급 경주에 나섰다. 구 조교사는 "말상태가 전보단 나아졌지만 등급도 높고, 외산마와의 싸움이다보니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문 기수도 "열심히는 해보겠지만 장담은 못 하겠다"고 한 터라 구 조교사는 100승 얘기는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다. 이처럼 조교사와 기수 모두 승리를 확신하기 힘든 경기였음에도 '상감마마'는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구 조교사에 100승을, 문 기수에게 1300승을 선물했다.
구 조교사는 지난 1987년 관리사로 입사해 조교승인, 조교보 등을 거쳐 조교사가 됐다. 도중에 1년간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거의 30년간 서울 경마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바깥세상이 궁금해 경마장을 뛰쳐나간 적이 있다"며 "하지만 역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경마장 안에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이 같은 학업에의 열정을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나머지 원동력은 '경험'과 '좌우명'이다. 사실 구 조교사는 2010년 조교사 데뷔 초창기까지만 해도 고생이 끊이질 않았다. 맨바닥에서 출발한 때문이다. 학업까지 병행하다보니 정신없이 3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적은 점차 수직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대흥 조교사가 최고의 조교사로 올라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배웠다. 그런 경험과, 학교에서의 이론지식,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좌우명이 합쳐진 덕분이라 생각한다".
현재 구 조교사의 눈은 올해가 아닌, 내년, 내후년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신마수급이 원활한 만큼, 경주마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내년부터는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가족, 마방식구, 경마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중간에 힘든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주변의 작은 응원들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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