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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구자흥 조교사 100승 달성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08-11 23:46


구자흥 조교사.

서울 최고의 학구파 구자흥 조교사가 지난달 30일 오매불망하던 100승 고지를 넘었다. 99승을 달성한지 한 달만이다.

"답답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조교사들이 하나둘 100승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더욱 그랬다." 지난 6월, 99승을 달성할 당시까지만 해도 남은 1승에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때문에 구 조교사가 가장 먼저 뱉은 말은 환호보단 나지막한 탄식이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100승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던 구 조교사의 시름을 없애준 건 다름 아닌 '상감마마'였다. '상감마마'는 지난달 30일, 혼합3등급 1200m에 출전해 문세영 기수와 함께 가장 먼저 결승선을 갈랐다. 구 조교사에게 있어 '상감마마'의 우승은 100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해 2월 우승을 차지한 이후 1년 반만의 값진 승리이기 때문이다. 그때도 기승자가 문세영 기수였다. 구 조교사는 "100승 달성이야 5주간 염원하던 일이고, 그보단 '상감마마'가 부활했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다"고 했다.

"하늘의 뜻인지, 천우신조인지…." 사실, 이번 승리는 구 조교사 스스로도 예견 못했던 일이다. 당초 '상감마마'는 국산4등급 경주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출전두수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혼합3등급 경주에 나섰다. 구 조교사는 "말상태가 전보단 나아졌지만 등급도 높고, 외산마와의 싸움이다보니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문 기수도 "열심히는 해보겠지만 장담은 못 하겠다"고 한 터라 구 조교사는 100승 얘기는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다. 이처럼 조교사와 기수 모두 승리를 확신하기 힘든 경기였음에도 '상감마마'는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구 조교사에 100승을, 문 기수에게 1300승을 선물했다.

구 조교사는 지난 1987년 관리사로 입사해 조교승인, 조교보 등을 거쳐 조교사가 됐다. 도중에 1년간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거의 30년간 서울 경마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바깥세상이 궁금해 경마장을 뛰쳐나간 적이 있다"며 "하지만 역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경마장 안에 있었다"고 웃었다.

구 조교사의 좌우명은 '될 때까지 하자'다. 천천히 하더라도 절대 포기는 말자는 의미다. 학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그는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학구파 중 한명이다. 신구대 축산과를 졸업, 방송통신대와 건국대, 명지대 등을 거치며 농학, 체육학, 스포츠예술산업 등을 전공했다. 그에게 있어 경주마는 가축이 아니라 운동선수다. 구 조교사는 "축산 전공 후 체육학으로 눈을 돌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스포츠예술산업을 전공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조교사가 되고나니 더욱 눈이 넓어졌다. 조교사는 단순히 운동선수만 키우는 코치가 아니라 마방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학업에의 열정을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나머지 원동력은 '경험'과 '좌우명'이다. 사실 구 조교사는 2010년 조교사 데뷔 초창기까지만 해도 고생이 끊이질 않았다. 맨바닥에서 출발한 때문이다. 학업까지 병행하다보니 정신없이 3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적은 점차 수직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대흥 조교사가 최고의 조교사로 올라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배웠다. 그런 경험과, 학교에서의 이론지식,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좌우명이 합쳐진 덕분이라 생각한다".

현재 구 조교사의 눈은 올해가 아닌, 내년, 내후년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신마수급이 원활한 만큼, 경주마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내년부터는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가족, 마방식구, 경마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중간에 힘든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주변의 작은 응원들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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