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정은 회장 일가 소유의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HST와 쓰리비에 부당지원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2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도 고발당했다.
택배운송장 납품업체 쓰리비 또한 변찬중씨(40%)와 그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점용 복합기를 임차할 때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HST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줬다.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를 하면 복합기 한 대당 월 16만8300원의 임차료를 내면 되는데, HST를 거쳐 복합기를 빌려 쓰는 바람에 월 18만7000원을 지급했다.
결국 HST는 가만히 앉아 거래수수료 10%를 거둬들인 셈이며, 현대증권은 그만큼 손실을 본 것이다.
공정위는 HST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가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이 적용된 작년 2월부터 10개월간 약 4억6000만원에 달한다고 봤다.
또한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았음에도 이를 중도해지하고 쓰리비와 3년간 택배운송장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쓰리비는 2009년 외국 정유업체의 에이전시 사업수행을 위해 설립된 업체로, 현대로지스틱스와의 거래 이전에 택배운송장 사업을 한 경험이 없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쓰리비는 택배운송장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인쇄업체로부터 구매해 택배회사에 납품하는 일종의 구매대행 업체인 셈이다.
통상 택배운송장에는 택배물품의 발송인, 수취인 등의 정보가 기재되며 거래내용을 입증하는 자료로 공급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아울러 현대로지스틱스는 쓰리비로부터 타사 보다 높은 단가에 물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경쟁 택배운송장 회사가 한 장당 30원대 후반∼40원대 초반에 운송장을 공급하는데도 현대로지스틱스는 쓰리비에 55∼60원을 주고 운송장을 구입, 11.9%에서 최대 44.7%까지 비싸게 산 것이다.
이로인해 쓰리비의 마진율은 27.6%로 다른 택배운송장 구매대행업체(0∼14.3%)보다 크게 높아졌다.
쓰리비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는 2011∼2014년 56억2500만원에 달하며, 총수일가는 부당이득 14억원을 올릴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이런 혐의로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HST에 각각 과징금 43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현대로지스틱에는 11억2200만원, 쓰리비에는 7억70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총수일가 보유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가 커서 검찰 고발도 당했다.
제재 대상이 된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이제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경영난을 겪어온 현대그룹이 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는 2014년 7월 롯데그룹에, 현대증권은 지난달 KB금융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제재를 받은 두 회사가 현대그룹 소속일 때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한 뒤 "부당행위를 한 지원주체(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뿐만 아니라 부당이익을 수취한 지원객체(HST, 쓰리비)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4개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