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입사연차에 관계없이 희망퇴직에 나선 탓이다. 23세 여사원과 올해 부서를 배치 받은 신입사원의 희망퇴직 신청사례가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총수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그룹 총수로 2012년 취임한 박 회장은 그동안 현장 소통경영을 강조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아울러 2013년부터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아 정·관계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원만하게 하면서 정·관·재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에 직원의 40%까지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렇다보니 희망퇴직은 자발적 사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입사 1~2년차 사원들까지 개별 면담을 진행해 사실상 반강제적 구조조정으로 비쳐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희망퇴직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비난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며 "경영난 극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박용만 회장은 16일 오전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에 대해 "캐터필러(건설기계 세계1위 기업)가 3만명의 감원을 실시할 정도로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에 빠졌고 계열사 차원에서 위기감이 절박했던 것 같다"며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계열사에 새벽에 지시했다"며 비판 여론 차단에 나섰다.
광고 통해 '사람이 미래다'라더니…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희망퇴직과 관련해 박 회장의 해명발언에도 그동안 쌓아왔던 리더십에 생채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난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전 사원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의 최종 결정을 박 회장이 내렸고, 논란이 생기자 말 바꾸기에 나선 듯 비쳐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계속되는 희망퇴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점도 박 회장의 리더십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한 방송사가 두산인프라코어의 퇴사 권고를 거부한 직원에 대한 퇴사압박을 진행했다고 보도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기업 이미지 광고를 통해 '사람이 미래다'는 내용을 강조해왔다. 게다가 박 회장은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며 신입사원을 비롯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사람중심의 소통경영이 뛰어난 경영능력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로 통했던 박 회장이다. 그런 그가 신입사원까지 포함된 희망퇴직을 그룹 총수로서 최종적으로 재가한 것. 회사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사측의 입장 표명에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박용만 회장 다시 보기'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 회장이 철회했다는 소식을 접했음에도 네티즌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네" "사람이 도구다. 명퇴가 미래다" 등 여전히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묻는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두산이 그동안 사람이 미래라는 내용을 강조했던 만큼 그룹뿐 아니라 박 회장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지시로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에서 신입사원은 제외될 것"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조율을 통해 적정선을 확정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직원을 상대로 한 퇴사 권고 뿐 아니라 퇴사압박을 진행한 적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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