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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품은 박삼구 회장, 인수 후유증 극복 어떻게?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11-19 09:16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6년 만에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게 됐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인수 자금조달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제 박 회장은 연말까지 인수자금 7228억원을 산업은행에 입금하고 경영권 지분 50%+1주를 받으면 금호산업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다. 그동안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이번 계획안 승인은 그 노력의 결실이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이란 박 회장의 숙원을 이루게 된 셈이다.

그런데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상황을 두고 부정적 시그널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 회장이 자금조달을 위해 지나치게 무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호산업, 박삼구 회장 품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승자의 저주'에 빠지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삼구 회장은 지난 2009년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크게 흔들렸다. 주력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결국 2009년 12월 워크아웃이 결정됐고, 곧바로 금호산업 역시 2010년 1월 워크아웃 수순을 밟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거쳤다.

이후 박삼구 회장은 2013년 11월 연봉 1원을 받기로 하고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 대표로 경영일선에 복귀, 본격적인 금호그룹 재건에 나섰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하고, 알짜배기 계열사인 금호렌터카와 금호고속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무상감자, 유상증자에 사재 3300억원을 출연해, 2500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금호산업 지키기에 나섰다. 이런 노력이 밑바탕이 돼 주력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또한 금호산업은 올해 3분기까지 신규 수주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5년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에 품에 안은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100%, 아시아나에어포트 100%, 아시아나IDT 100%, 아시아나개발 100%, 에어부산 4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금호산업을 가져야만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들을 다 가질 수 있는 구조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이유다. 금호산업이 반드시 있어야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완성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금호그룹 재건이 완료된다.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박 회장은 금호기업이란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고 금호기업에 CJ그룹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원을 투자한다. SK에너지와 코오롱도 금호기업 투자에 나섰다. 재무적투자자들이 27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박 회장과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금호타이어 9.85%, 금호산업 7.99% 지분을 효성, 코오롱, LG화학, SK에너지, 롯데케미칼,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에 매각해 1521억원을 마련했다. 나머지 3000억원은 증권사와 제2금융권 업체들이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에서 얻어 인수금액 7228억원을 마련한다. '재계의 마당발'인 박 회장은 친분 관계가 있는 여러 대기업들의 도움으로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금호산업 인수 후 첩첩산중


일단 재계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를 반기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큰 짐을 덜어내면서 몇 년간 지루하게 끌던 금호산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당장은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후부터가 문제라는 우려 섞인 시선 역시 많다.

당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겨우 워크아웃을 벗어난 금호타이어는 지난 8, 9월에 39일간 이어진 공장파업으로 5년6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7∼9월) 매출 7172억9365만 원에 영업손실 60억4065만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파업 기간 중 금호타이어가 입은 매출 손실은 약 15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도 큰 영향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693억원으로 전년동기비 5.5% 증가했고, 매출액은 1% 늘어 1조5385억원을 기록했다. 예상외의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 상황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러 증권사들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가도 8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낮춰 잡았다.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사건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 노선 매출 비중이 50% 정도라, 저비용항공사들과의 단거리 노선 경쟁이 상당히 심한 편이다.

또한 금호산업 인수 후에는 자본 여력이 많지 않은 금호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증손자회사 금호고속과 에어부산 등의 지분을 100% 확보하거나 매각을 해야 한다. 자본력이 떨어지는 금호기업이 증손자회사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현재 산업, 우리, 국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되찾는 것도 앞으로 남은 큰 산이다.

그리고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5000억원의 외부자금을 끌어들였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마디로 빚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한 셈이다. 금호기업과 박 회장은 앞으로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년 엄청난 액수의 배당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내년 경제 전망치가 낮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약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상황이 나빠진다면, 금호그룹 재건의 길은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일단은 금호산업 인수 작업을 완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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