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3곳)과 부산(1곳)의 면세점 운영특허권 신청이 25일로 마감되는 가운데 롯데가 '탈락' 불안에 떨고 있다.
'일본 기업' 논란 속 반(反)롯데 여론 '부담'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침착한 모습으로 '선방'을 했다.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문과 지적에 공손하게 답을 하다가도, 때로는 단호한 어투로 그룹 경영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배구조 투명화에 대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의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은 무려 90%에 달한다.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정부로선 롯데에 면세점 두 곳의 운영권을 모두 다시 주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더욱이 신 회장 출석 뒤에도 계속해서 그룹 내 총수 일가 챙기기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 총수 일가가 롯데영등포 역사 내 식당 운영권을 통해 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이 그것. 그룹내 일부 기업이 외국인투자기업으로서 과도한 특혜를 누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민심을 돌리기 위해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을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까지 비유하며 국민적 지지와 응원을 호소하고 있으나,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신세계·두산그룹, 거센 협공 '스타트'
현재 정식 출사표를 던진 곳은 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이다. 이들 그룹은 서울 세 곳의 특허만료 면세점 각각에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일찍이 서울 동대문을 입지로 선정한 두산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면세점 사업 진출을 적극 고려해왔다"며 "연간 7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동대문에 입지한 두산타워 쇼핑몰을 16년간 운영한 노하우 등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7월 신규 서울 면세점 선정에서 떨어진 신세계그룹 또한 이번 사업권 획득을 향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세계그룹은 22일 "서울 충무로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하고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신청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박찬영 신세계 부사장은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면세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 노하우가 있는 만큼, 기존 면세점 사업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신세계와 두산이 어느 곳을 타깃으로 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SK네트웍스의 서울 광진구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으나, 업계에선 서울 잠실 롯데월드점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으로서도 국내 면세점 1위 매장인 롯데 소공점의 면허를 취소하는 일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될 경우 롯데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강공 드라이브 속에 거침없는 행보를 펼치고 있는 두산 ▲이번엔 승전고를 울리기 위해 그룹 역량을 총 집중할 신세계 등의 협공에 맞서 힘든 싸움을 펼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두 곳을 모두 지킬 전략과 명분 찾기 위해 나선 롯데, 그러나
롯데면세점은 최근 '비전 2020'을 통해 면세점 두 곳의 수성 전략을 발표했다. '비전 2020'에서 롯데 측은 특히 국내 면세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상생문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2015년'을 사회공헌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올해 18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취약계층 자립 지원기관에 102억원을 기부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을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롯데월드타워 최상층부에 키오스크 형태의 면세점 서비스를 준비해 글로벌 면세점으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오는 25일 관세청에 제출될 잠실 롯데월드점 영업특허 재취득을 위한 사업계획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키오스크 면세점은 대형 터치스크린에 온라인 롯데면세점에서 팔리는 다양한 면세상품을 소개하고, 고객이 스크린을 통해 사이버 공간상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 내년말 완공 예정인 전체 123층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들어서는 호텔 투숙객이 보다 편하게 면세쇼핑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어찌 보면 면세점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겠다는 아이디어에 '불과'한데, 이처럼 키오스크까지 마치 아주 새로운 카드인 것처럼 들고 나온 데는 롯데면세점이 그만큼 불안해한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선 "롯데가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롯데월드타워의 사이버 면세점 구상까지 거론하며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의 불리한 여론을 뒤집기엔 업계 파급력이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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