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천연차'라는 콘셉트로 혜성처럼 등장해 꾸준히 숙취해소제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여명808'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여명808 불매 운동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제품 불매운동은 제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경영진이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을 경우 주로 발생한다. 바로 여명808이 후자인 비도덕적 경영진의 문제로 위기에 빠진 셈이다. 그런데 여명808은 비도덕적 경영 행태 때문이 아니라 여명808을 제조 판매하는 ㈜그래미의 남종현 회장의 폭행 사건이 발단이 됐다. 그것도 여명808과 전혀 상관없이 남종현 회장이 단체장으로 있는 대한유도회에서 아랫사람을 상대로 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마디로 오너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법인과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린 셈이다. 또한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소위 '갑질'을 부렸다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남 회장의 술자리에서의 폭행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폭행 이유다. 남 회장이 산하 단체장인 이 회장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했고, 이 회장이 이를 거부하자 폭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술자리에서 남 회장은 "다른 사람들은 충성을 맹세했는데, 당신은 맹세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어라"라고 강요한 사실까지 전해져, 네티즌과 소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현재 폭행 당한 이 회장은 남 회장을 상대로 폭력 행위 처벌 등에 관란 법률 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남 회장의 폭행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한유도회 대의원들은 남 회장에게 회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남 회장은 25일, 사건 발생 6일 만에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남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한유도회 회장직은 김진도 부회장이 당분간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여명808 명성 개발자인 남 회장 스스로 무너뜨려
남종현 회장이 권력과 자리를 앞세워 아랫사람들을 상대로 폭행, 행패 등의 '갑질'을 한 사실이 계속 이어지면서 여명808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 제품은 남 회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제품이기 때문.
여명808의 개발자인 남 회장은 숙취해소제 하나만으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여명808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807번 실패하고 808번째에 숙취해소제 개발에 성공해, 제품명에 808을 넣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여명808 제품의 겉포장엔 남종현 회장의 얼굴이 가운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여명808 소비자들이라면 남 회장의 얼굴을 안 볼 수가 없다. 소비자들에게 여명808은 곧 남 회장이고, 남 회장에게 여명808 역시 자신의 분신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여명808로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래미는 중소기업임에도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선 대기업 CJ제일제당과도 어깨를 견줄 정도로 탄탄한 시장점유율과 고객 충성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래미는 남 회장 중심의 경영 형태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미의 홈페이지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드리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소비자 상담전화와 이메일 주소만 고지를 해놓고 홈페이지를 닫아 버렸다. 고객과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든 회사 홈페이지는 남 회장의 폭행 사건 때문인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남 회장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행패를 부렸을 당시에도 그래미의 홈페이지는 '공사중'이라며 닫혀 있었다. 이는 남 회장에 대한 고객과 네티즌들의 비판과 쓴 소리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라면 왕상무', '땅콩 회항 조현아' 등과 연결해 남종현 회장을 '숙취왕'이라 부르며 '갑질 오너'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여명808은 결국 개발자 남종현 회장 때문에 위기에 빠지게 됐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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