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정도를 벗어난 기업 윤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대중공업, 뇌물이면 다 통한다?
현대중공업이 국책사업을 하면서 비리에 연루된 것은 비단 이 번 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간부 때문에 국책사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2월 '1㎿(메가와트)급 조력 발전시스템' 기술 개발과 관련, 현대중공업의 김모 부장을 업무상 배임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현대중공업의 김 부장은 해상구조물 공사를 공개입찰에 부치는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감리사 오모씨와 D해양개발 대표 이모씨에게 내부 품의금액을 알려져 낙찰 받도록 했다. 김부장과 오씨는 이를 대가로 D해양개발로부터 6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드러나자 결국 160억원의 손실을 본 상태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면 18만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원전부품 납품비리도 저질렀다. 현대중공업 김모 전 전무 등 2명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3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들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출 원전의 비강용 디젤 발전기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한국수력원자력 송 모 전 부장에게 17억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2~3년 전부터 현대중공업의 국책사업 비리가 잇따라 밝혀지면서 현대중공업이 참여한 나로호 발사시스템 건설사업 등 다른 국책사업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외부로 드러난 현대중공업의 행태를 봤을 때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비리나 편법이 없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기업의 윤리의식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여럿 있었다.
일례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시스템 통합업체인 현대BS&C에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이 집중적으로 일감을 몰아준 것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현대BS&C의 대표는 정대선씨로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 후진국형 기업윤리에 원인 제공?
현대중공업의 선박건조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글로벌 1위 조선사이지만, 윤리의식만큼은 3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계에선 이같은 현대중공업의 윤리의식 부재를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 사건에서 보듯이 한국기업들은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사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덜하지만 과거 특정기업의 오너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경우 정부에선 그 기업에 대해 조사할 일 등이 있을 경우 해당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비중 있는 국회의원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특히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어서 정부의 장관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아무 제한 없이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혀왔다. 국회의원 자리를 발판으로 마음만 먹으면 자신 소유의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정몽준 전 의원이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했기에 그를 '방패막이'로 직원들의 윤리의식은 실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982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1987년에는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19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정치인으로 변신, 지난해 5월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할 때까지 7선의원을 지냈다. 대선후보로도 뛰었던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도 오랜 기간 역임하면서 현대중공업에겐 그가 '보호막'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울산공장 압수수색 건과 관련,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