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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의 재계 인사이트] 동관씨 상무 승진은 김승연 회장의 '신의 한 수'?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1-27 09:43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32)가 상무로 승진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장자(長子)로서 우리나라 재벌사(史)를 볼 때 후계 승계 1순위이긴 하지만 부장에서 두 계단을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 인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뉴욕 공항에서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인해 '재벌 2~4세의 자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단행한 것이어서 김 회장 특유의 '불도저식 추진력'이 또 한 번 발휘됐다는 평가다.

그런데 김 회장에게는 동관씨 외에도 아들이 둘 더 있다. 차남 동원씨(30)와 3남 동선씨(26)가 그 주인공으로 이 둘은 지난해 한화그룹에 매니저(대리~부장)로 입사했다. 한화그룹에 모두 합류한 이들 3형제는 하나같이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명문대 출신의 인재들이어서 김 회장을 흐뭇하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구를 후계자로 정할지 골치 아픈 측면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효성가(家)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능력이 출중한 아들 3형제가 과도한 경쟁으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한화도 김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을 때 동관씨와 동원씨가 그룹내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과연 한화가도 효성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일까.

한화 3형제, 효성 3형제처럼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졸업

김승연 회장의 3자녀는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동관씨가 하버드대 정치학과, 동원씨는 예일대 동아시아학과, 동선씨는 다트머스대 지리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하버드대나 예일대는 물론이고 다트머스대도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해 있는 명문대다. 효성의 3형제도 비슷하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예일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사장은 하버드대, 3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브라운대를 각각 졸업했다. 역시 모두 아이비리그에 속해 있는 명문대들이다.

효성의 3형제가 차례차례 입사해 효성그룹 경영에 참여한 것처럼 한화 3형제도 현재 모두 경영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2010년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한 동관씨는 회장실에서 그룹 전반에 관한 업무를 파악하는가 하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도 참가하는 등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한화가 주력사업으로 태양광을 시작한 이후에는 이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경력을 쌓았다. 동관씨는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한화큐셀의 기획실장·전략마케팅실장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부장)을 맡고 있다가 임원으로 승진했다.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로 올라간 것은 한화큐셀 등의 실적을 호전시킨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북창동 폭력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차남인 동원씨는 지난해 한화L&C 매니저로 입사한 뒤 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막내인 동선씨도 2014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직후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했다.

재벌가에서는 이처럼 능력 있는 아들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화와 비슷한 상황인 효성의 경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3형제들이 치열하게 경영권을 놓고 싸우다 결국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효성가를 뛰쳐나왔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형인 조 사장 등을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재벌가에서 형제·남매간 '피도 눈물도 없는 경영권 다툼'은 비일비재하다.

동관씨의 두 계단 승진은 김승연 회장의 '신의 한 수'?


한화도 동관씨와 동원씨가 김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을 때 자의반타의반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화그룹 임원들이 이 둘에게 각각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특히 동관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주도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면서 원로 경영진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한화그룹 안팎에서 흘러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몇 몇 원로들은 한화그룹을 떠나기도 했다. 이는 장남으로서 그룹 후계자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덧붙여졌다. 게다가 그 시점에 동관씨는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외부의 소장파 인사를 영입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화의 민구 상무와 한화케미칼 민승기 상무보, 한화생명 최승석 상무보와 엄성민 상무보 등이 그들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입사한 이들은 1971~1976년 출생으로 이제 갓 40대에 접어들었다.

소장파 인사 영입이 많았던 한화생명의 한 간부는 "기존 인력들이 영입 인사들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력이나 나이에서 뒤쳐지는 이들이 자신들을 지휘하는 자리로 오니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원로 가신의 축출을 전해들은 김 회장은 집행유예로 최종 판결을 받고난 후인 지난해 2월쯤 동관씨의 역할을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차남인 동원씨가 앞으로 후계 승계에서 맨 앞자리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한화그룹 안팎에서 동원씨가 아버지인 김 회장을 꼭 빼닮아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그룹 후계자로 동원씨에게 무게를 두고 있는 시각도 있다. 반면 동관씨는 치밀하지만 그다지 선이 굵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동관씨의 두 계단 승진으로 이런 얘기는 쑥 들어갔다. 아직 매니저에 머물러 있는 동생들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것. 이후 김 회장이 내심 3형제의 '영역'을 분할해 놓아 효성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삼성과 한화가 방산분야 빅딜을 할 때 동관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하버드대 동문 사이인 것을 거론하면서 두 사람이 뭔가 막후에서 역할을 한 것처럼 한화그룹 안팎에서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김동관 띄워주기'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기업정보업체의 대표는 "(지난해말) 동관씨에 대한 (실각)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승진시킨 것은 역시 후계 승계 1순위가 장남인 동관씨임을 그룹 안팎에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벌가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도 "(동관씨를 두 계단 승진시킨 것은) 김승연 회장이 3형제간 경쟁은 시키되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장자인 동관씨를 밀어준 '신의 한 수'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3형제의 나이가 이제 20~30대 불과하고, 롯데가(家)나 현대가에서 보여줬듯 장자가 막판에 경영권을 뺏기는 사례도 적지 않기에 한화 3형제의 후계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에디터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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