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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수출입은행, 법과 원칙 벗어난 '꼼수경영'으로 물의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5-01-26 10:08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가전업체 모뉴엘의 사기대출에 연루돼 물의를 빚었다. 가짜 수출서류를 만들어 사기대출을 일삼은 모뉴엘을 어처구니없게도 '히든 챔피언'(우수 수출 중소기업) 으로 선정했는가 하면, 이 회사에 25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해 줬다. 이 가운데 1300억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또 수출입은행의 비서실장 서모씨(54)와 부장 이모씨(54)는 모뉴엘로부터 각각 9000만원과 1억원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수출입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은행에선 평소 법과 원칙을 어긴 '꼼수경영'이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기강이 느슨한 수출입은행이 언제 또다시 제2의 모뉴엘 사태에 연루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엉뚱한 사업

감사원 감사결과 우선 수출입은행의 해외 현지법인이 법을 어겨가며 변칙적인 영업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은행은 현재 영국과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4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은행업무와 관련된 조사·연구 및 자금조달 업무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해외 현지법인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수출거래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이들 지원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과 해외자금 조달의 수수료 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해외법인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이후 최근 3년간 영국법인 등 4개 국외 현지법인의 조사·연구 및 자금조달 지원 업무 실적은 총 72건에 불과했다. 반면 2013년 말 현재 대출·리스 채권 및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은 9억6954만달러(약 1조132억원)에 달하는 등 현지법인에선 주로 종합금융 및 리스 금융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 해외법인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외국기업을 상대로 이 같은 영업을 해왔다,

아울러 감사원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본점의 지원상황 등을 감안해 이들 4개 법인의 손익을 재산정한 결과 이익이 나지 않고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입은행 측에선 3년간 4개 해외법인에서 2700만달러(약 280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다고 재무제표에 기록했으나 실제는 320만달러(약 3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에선 지난 2007년 수출입은행에 시중은행이 취급하기 어려운 수출 제작자금 및 장기 해외 수출 프로젝트 위주로 여신을 운영하되 시중은행이 많이 취급하는 운영자금 성격의 포괄수출금융과 외국법인 사업자금 대출은 중단 또는 축소하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이 은행은 시중은행이 취급 가능한 일반여신을 축소하지 않았으며 시중은행의 영역인 시설 확장·증설용 자금대출을 신규 취급했다. 또 외국법인에 대한 사업자금 대출도 8조원 가량 증가시켰다. 국책은행임에도 정부 방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해온 것이다.


신입사원 채용 시 학교차별

내부 행정도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출신학교별로 가점을 줘 상대적으로 지방대학 출신들에게 불리한 전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기준으로 학교성적 60%, 영어성적 30%, 자격증 등 10%로 배점을 정했다. 이 중 학교성적 점수산정 시 입시학원에서 발표한 대학별 경영·경제학과 합격점수 등을 토대로 출신대학에 따라 0.8에서 1까지, 전문대와 고등학교는 각각 0.75와 0.7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학교성적과 영어성적이 우수하고 변호사나 회계사 등의 자격증을 갖춘 A대학 출신 응시자 등 3명이 낮은 학력 가중치를 부여받아 서류전형에 불합격했다, 감사원이 출신학교별 가중치를 배제하고 서류전형을 재산정한 결과 상위권 대학의 합격자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을 넘는 '신의 직장'임에도 각종 복지혜택이 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그동안 수차례 수출입은행에 복리후생비로 장기근속 위로금과 의료비 보조 등을 과도하게 집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비용은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충당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감사결과 수출입은행은 복리후생비 예산에서 매년 10년차, 20년차, 30년차 장기근속자에게 각각 50만원과 100만원,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최근 3년간 40억원의 복리후생비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부서장 및 팀장급 인사 중 2014년 상반기 현재 무보직 부서장과 팀장이 각각 1명과 13명에 달하는 등 인력관리도 방만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 측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행위는 오랜 기간 입법 민원사항이지만 아직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신입차원 채용시 학교차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즉시 폐지했고 나머지 지적사항들도 대부분 개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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