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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베일에 싸인 KT&G 담배지원금 영세 소매상 불만 키운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1-07 09:39


서울 강서구에서 개인 소매점 담배판매를 하는 A씨(여)는 올해부터 KT&G가 내려주던 담배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A씨에게 월 30만원 가량의 담배지원금은 전기요금이라도 보충할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몇년간 지급받던 지원금이 끊길 때 별다른 이유를 듣지 못했다. A씨는 그저 "우리같은 구멍가게의 판매 실적이 변변치 않으니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매출마저 크게 감소하니 더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 편의점 브랜드의 가맹점주인 B씨는 본사로부터 30만원 약간 밑도는 지원금을 아직도 받고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B씨는 "정작 일선에서 담배진열대 광고는 가맹점이 하는데 편의점 본사가 KT&G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얼마나 떼가는지, 왜 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신년 초부터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각종 사회현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회자되고 있다. 작년 말 담배 사재기에 이어 연초에는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소매점 업주들은 전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담배 판매가 격감한 바람에 울상을 짓게 된다. 이런 가운데 담배지원금마저 줄어들거나 투명하게 운용되지 않는 바람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명 담배지원금(담배진열공간 임차 및 유지보수비)은 담배회사가 광고판이 부착된 담배 진열대를 설치한 소매점에 시설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말 그대로 광고비를 기본으로 진열대 공간 임대·유지비 성격이 섞여 있다. 외국계 담배회사도 지원금을 주지만 1위 점유율을 가진 KT&G의 비중이 훨씬 크다. 2014년 말 현재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KT&G가 61%, 필립모리스 20%, BAT코리아 10%, JTI코리아 5% 수준이다.

베일에 싸인 담배지원금, 불만-불신 키워

2014년 말 현재 전국 편의점은 2만4500여개다. 편의점에 지급되는 지원금은 월 최소 20만원 가량. 담배를 취급하지 않는 점포를 제외하더라도 편의점 본사가 가져가는 몫과 담배회사와 직거래하는 소매점까지 감안하면 연간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회사와 편의점 본사가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명확한 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KT&G의 경우 연간 수백억원이라고만 밝혔다. 이처럼 정확한 내용이 가려져 있다 보니 소매점에서는 오해만 키우는 꼴이 되풀이 되고 있다. 대다수 점주들은 "편의점 본사가 담배회사로부터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받아 가맹점 상황에 따라 배분하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금액을 받아야 하고 본사는 얼마나 챙겨 가는지 투명하지 않으니 서로 내가 가진 파이가 작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불평한다.

여기에 담배지원금을 줄이거나 끊는 과정도 명확하지가 않다. 서울 양천구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C씨는 월 100만원 남짓 하던 지원금을 올해부터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C씨는 "KT&G 측에서 담배광고와 지원금 예산 집행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엄격해져서 불가피하게 중단한다는 설명을 듣고 '정부가 소매상 힘들게 하려고 별것을 다 규제하는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금연대책을 발표할 때 편의점 담배광고 금지가 거론된 적은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KT&G 측도 정부 규제 때문이 아니라 매출실적, 입지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상권분석 기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영업사원이 점주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KT&G, "편의점 본사에 합당하게 지급…자세한 내용은 영업비밀"

현재 KT&G를 비롯한 담배회사나 편의점 본사 모두 지원금 공개를 꺼려한다. 상품의 원가와 관련 있는 지원금은 영업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다. 롯데그룹 계열 세븐일레븐의 일부 점주들은 지난해 세븐일레븐 모기업 코리아세븐을 상대로 담배광고비 정산금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코리아세븐이 본사와 점주 간 담배광고 수수료 지급에 대한 계약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사측 마음대로 수수료를 떼 간 것이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코리아세븐은 해명하는 과정에서 "일반 가맹점의 경우 담배회사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월 30만~60만원이고, '특수 목적 마케팅 점포'에 대한 지원금은 15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익배분율(가맹점 65%, 본사 35%)에 따른 것일 뿐, 일반 가맹점 점주들이 특수 목적 점포의 몫을 보고 발생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GS25, 미니스톱 등 다른 편의점도 세븐일레븐과 마찬가지로 수익배분율과 점포 특성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라는 입장일 뿐이다. 그러나 점주들은 "담배광고 성격이 강한 담배지원금은 단순한 상품 매출과 다른데 본사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가고, 그에 대한 근거도 납득시키지 못하면 힘없는 '을'만 재주를 부리는 꼴 아니냐"면서 "거액의 지원금을 집행하는 담배회사들도 그 돈이 합리적으로 집행되는지, 아닌지 보고만 있는 게 능사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는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어떻게 남의 회사 자금 집행에 대해 간섭할 수가 있겠느냐. 편의점 본사들이 점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바람에 빚어진 일이다"면서 "다른 담배회사도 있는데 1위 업체이기 때문에 이목이 쏠리는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은 편의점 본사측이 투명하게 납득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에 합당하게 담배지원금을 지급했고 더 자세한 내용은 영업비밀이라는 게 KT&G의 입장이다.

이번 담배지원금 논란은 담배 매출이 급락하자 그 지원금마저 아쉬운 영세 점주들 사이에서 커지는 형국이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KT&G, 투명하지 못한 편의점 본사 사이에서 점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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