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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100만원짜리 구찌시계가 멈춰 선 까닭은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4-11-21 09:50


인터넷에서 구입한 고가시계가 멈춰버렸다. 쇼핑몰은 판매자 탓을 하고, 판매자는 완벽한 애프터서비스(A/S)를 외면한다. 소비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시계를 5개월 넘게 방치중이다.

부산에 사는 주부 심모씨(46)는 지난 6월 현대H몰에서 구찌시계를 구입했다. 정가 123만원짜리 시계는 쿠폰 등으로 할인을 받자 94만4640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물품이 도착해 박스를 개봉해보니 시계 시간이 맞지 않았다. 심씨는 시간을 맞추고 바로 며칠 뒤 시계줄 사이즈를 맞추기 위해 백화점 구찌 매장을 갔는데 그때 또 시간이 맞지 않았다. 몇 분 빠르거나 몇 분 느린 수준이 아니라 몇 시간씩 시간이 맞지 않는 황당한 상황.

백화점 담당자는 온라인 판매자에게 문의하라고 했고, 판매처인 '신OO'라는 업체는 수입 과정에서 배터리 소모가 있을 수 있다며 택배를 보내면 배터리 교체 후 다시 준다고 했다. 하지만 배터리 교체 후에도 시계는 또 엉뚱한 시간을 가리킨다.

심씨는 "시계는 시간이 생명 아닌가. 사실 100만원 가까이 되는 시계가 시간이 맞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판매처보다는 현대H몰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서 "이도 저도 아니면 구찌가 형편없는 시계를 만들었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한다.

5개월 동안 5번도 사용 못한 시계는 부실한 A/S, 교환-환불 불가 속에 아직 서랍을 지키고 있다. 심씨는 답답한 마음에 스포츠조선이 운영하는 소비자인사이트의 소비자고발 코너에 사연을 올렸다.

A/S에도 구찌시계 시간 안 맞아…그런데도 뒷짐 진 쇼핑몰

심씨는 A/S 처리 과정에 답답해했다. 정장시계라 배터리 교환 후 몇 달간 2~3차례 외출 때마다 사용했는데 여전히 시간이 맞지 않아 참다 참다 지난달 초 현대H몰 콜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연락을 주겠다고 할 뿐 연락이 없었다. 몇 차례 연락을 시도하고서야 "판매처에 알아본 결과 소비자 규정에 의거 시일이 흘러 교환, 환불은 불가하고 A/S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심씨는 "수차례 기다린 끝에 '결론이 났다. 물건을 보내주면 A/S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열이 받은 상황에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무성의한 응대방식에 화가 난다. 그래서 환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대H몰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응대가 잘못됐다면 유감이다. 불만 전화를 주었을 때 A/S를 위해선 물건을 받아봐야 하고, 이를 토대로 A/S가 가능하면 고쳐 드리고, 하자가 있는 물품이면 교환이나 환불을 해드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콜센터에서도 이 같은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소비자 규정은 15일 이내에 교환, 환불이 가능하고 1년 내에 동일 하자 3회 이상 발생을 하면 이 또한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이 고객은 두 가지 조건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씨는 "처음부터 딱잘라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하고 A/S 얘기만 했다. '우리가 뜯어봐야 알겠다'는 말에 '새 시계인데 뜯어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아는가. 찜찜하다'고 하자 콜센터측에선 '그럼 고객님이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우리는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더라. 사기꾼 취급을 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A/S 미비와 가품(짝퉁)은 온라인 쇼핑의 고질

'물건의 상태를 보고 A/S 여부를 고민하고 응대하려 했다는 현대H몰', '이제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는 소비자.'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심씨는 "아이들 키우면서 일도 하고 있다. 큰맘 먹고 구입한 시계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시는 인터넷에서 고가물품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안 맞는 치명적인 하자에 심씨는 '세계적인 명품 회사가 시계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까'라는 의문이 앞섰다. 현대H몰 관계자는 "확인 결과 공식 수입원을 통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친 물품이었다. 이전에는 비슷한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제품이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인터넷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몰은 소비자 불만이 가장 큰 A/S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물건을 직존지 않고, 택배로 주고받는 온라인쇼핑 특성상 A/S 관련은 여전히 불만 1위다.

또 일부지만 가품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 19일에도 가짜 해외유명상표 손목시계를 수입해 인터넷 등에 판매한 업자가 입건됐다. 이 업자는 지난해 5월부터 6월말까지 가짜 버버리 손목시계 1950점(싯가 17억원 상당)을 정품으로 속여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에 판매했다. 특히 스위스에서 직접 수입된 가짜 시계도 있었다. 교묘해진 사기수법에 수입 송장도 100% 믿을 순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에겐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지 않는 지혜가 요구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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