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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사갈등 사내 인트라넷 댓글 진실공방으로 비화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4-09-22 14:54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추진과정에서 외환은행 노사 간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대규모 직원 징계 건으로 한 차례 폭풍에 휩싸인 뒤 이번에는 내부 게시글 '조작 공방'에 휩싸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인트라넷 '장미전자사무실'에 지난 18일부터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글 밑에 달린 회사측 주장 옹호 댓글이 문제가 됐다. 노조는 회사측이 뒤에서 조종한 '조작 댓글'이라는 입장이고, 회사측은 게시글과 댓글은 전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른 글들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 노조가 개최하려고 했던 임시 조합원 총회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당시 오전 11시 임시 조합원 총회를 열고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방침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추진하려 했다. 성원을 채우지 못해 총회는 무산됐지만 수백명이 참석했다. 회사는 지난 18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워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인원을 포함한 직원 898명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노조는 조합원 총회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로 김한조 외환은행장 및 경영진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외환은행측은 임시 조합원 총회가 불발로 끝났지만 직원들이 대거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합원 총회가 내용상 평일 업무시간에 개최할만큼 긴급하고 절대적인 사안은 아니었는데 기습적으로 총회를 개최하려했다는 주장이다.

사측의 강공 드라이브에 노조도 강공으로 맞서고 있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몇몇 외환은행 노동조합 지방 지부는 성명서를 발표해 노조 집행부를 질타했다.

이 와중에 몇몇 직원들이 노조를 성토하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것이다. 신모 차장은 "우리는 시민운동가가 아니고, 투쟁가도 혁명가도 아니다"며 "노조는 경영진에 전향적으로 나가 달라"고 썼다. 전모씨는 "노조위원장은 명예와 대의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조합원이 바라는 바에 따라 대화의 장에 나가 협상에 임해달라"고 적었다. 또 손모 차장은 "부산·경남 대의원이 (징계의 빌미가 된) 9월3일 조합원 총회 관련 입장을 내자 '내보내라'는 고성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며 노조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를 꼬집기도 했다. 이들 게시글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노조는 한 부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지금 바로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우리 부서의 댓글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압박한 사실을 밝혀냈다. 다른 부서장도 부하 직원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본사가) 부서·점포별 댓글 수를 파악한다고 한다"며 댓글 유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실명 게시판의 성격과 이런 지시를 근거로 들어 사측의 '댓글 조작 사건'으로 규정짓고 있다. 외환은행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게시글과 댓글이 전적으로 자율에 따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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