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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감옥', 기술 맹신에 빠진 인류…누구를 위한 자동화인가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4-09-02 12:02



인류의 일상을 기계가 대신하는 자동화 테크놀로지 시대는 과연 인간적인가.

이제 컴퓨터는 인류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기술의 자동화로 우리의 생활은 더 편리해졌고,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또는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는 신작 '유리감옥'을 통해 "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능해지는가?"라고 날카롭게 질문한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에 조명했다면, '유리감옥'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파헤친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인류에 대한 준엄한 추궁이다.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빅데이터 등을 통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상생활은 물론 의료, 항공, 전쟁 등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은 자동화의 이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형 자동차, 살인 로봇 등의 사례는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실제로 50만 마일이 넘는 거리를 주행했고,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10년 내 상용화된다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100퍼센트 자동화되고 컴퓨터가 통제하는 살인 기계를 제작할 수도 있다. 편리함을 이유로 기계에 모든 통제권과 선택권을 넘긴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간 요인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기술 제1주의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자동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 중심의 기술은 기계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기계를 조작하고 그것과 상호작용하게 될 인간이 가진 장점과 한계를 면밀히 평가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적응형 자동화'다. 컴퓨터가 조작자인 인간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며, 조작자의 다른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대신 그 까다로운 일에 백 퍼센트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적응형 자동화는 인간이 인지 과부화 또는 저부화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니콜라스 카는 프로스트의 시구절을 빌려 "노동이야말로 인간이 안고 있는 가장 달콤한 꿈"이라고 역설한다. 노동은 사색의 과정이며, 스크린이 아닌 세상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유리감옥'에서 니콜라스 카는 인간이 기술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써 남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경BP. 368쪽. 가격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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