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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 적대적 M&A에 분식회계 혐의까지, 경영권은 누가?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4-06-24 09:52


선풍기 시장의 강자 신일산업이 심각한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한 해 영업이익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인 신일산업은 최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되면서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충남 천안에 기반을 둔 푸른노무법인의 대표이자 노무사인 황귀남씨가 신일산업의 지분 11.27%를 보유하면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인수에 나섰지만 자본시장법의 보고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면서 실패했다. 이에 신일산업의 송권영 대표이사 부회장과 대주주 김영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신일산업 경영진과 황 대표 간의 경영권 전쟁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는 상태다.

우선 신일산업의 김영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당히 낮다는 게 문제다. 김 회장 측 지분을 다 합쳐봐야 9.9% 수준이라, 황 대표 측보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분 구조만 보면 경영권 방어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황 대표 측 역시 김 회장의 지분이 적다는 약점을 적극 활용해 그동안 장내매수를 통해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 현재 15.03%까지 세를 불렸다.

지분 싸움에서 현 경영진이 확실하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대주주 김영 회장 역시 의결권 제한 가능성이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김영 회장의 담보 제공 주식과 관련해 공시 누락으로 의결권 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일산업 측은 "공시 규정 이해 부족으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법률적 판단에 따라 김 회장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신일산업 측은 자금 확보와 함께 경영진의 지분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도했다.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하는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이 중 20%를 경영진에 우호적인 우리 사주로 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유상증자 진행이 당장은 쉽지 않은 상태다. 황 대표 측이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자금 사용 목적이 불분명해 기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신일산업 유상증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 13일엔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신일산업 측의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또 황 대표 측은 최대주주인 자신을 의장으로 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소송도 법원에 낸 상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신일산업 경영권 싸움의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문제가 터지면서 신일산업의 키를 누가 잡을 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로 분식회계 혐의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신일산업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고발장을 접수돼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일산업 역시 지난달 30일 자사의 분식회계 혐의 사안이 금감원에 접수됐고, 회계감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법원 역시 금감원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신일산업 분식회계 혐의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신일산업의 명운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혐의가 입증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일산업 측은 현재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황금낙하산 조항은 기존 경영진 해임 시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한 경영권 방어 장치다. 신일산업은 지난 2004년 금호전기의 적대적 M&A 시도가 있자, 회사 정관에 황금낙하산 조항을 넣어 막아낸 바 있다. 현재 신일산업은 경영진 해임 시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주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가지고 있다.

신일산업 측은 "최근 회사 실적도 좋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적대적 M&A에 휘말려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기존 대주주 지분율이 낮긴 하지만 황금낙하산 조항도 있고, 경영진에 우호적인 세력이 많아 위협적이진 않은 수준"이라며 "분식회계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우선은 유상증자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권 인수를 원하는 황귀남 대표 측은 "신일산업의 주주들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 방침에 대한 문제 제기와 현 경영진의 문제점 때문에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전문경영인을 통해 신일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식회계 때문에 상장폐지가 되는 건 수많은 주주들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장폐지까지 가질 않기를 바란다. 현재는 대주주 사이의 지분 싸움으로 비쳐지지만, 결국엔 일반 주주들의 여론이 중요하다. 주주들이 신일산업의 분식회계 문제 등으로 현 경영진에서 등을 돌려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황 대표 쪽에 주주들이 우호적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7월 중 금감원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에 따라 황 대표 측의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될지, 신일산업의 유상증자가 진행될지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결국 금감원과 법원의 결정에 따른 임시주주총회 개최 여부와 유상증자 여부가 신일산업의 주인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신일산업 투자자와 주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편, 신일산업은 지난 1959년 설립돼 선풍기와 히터, 제습기, 밥솥, 청소기 등을 제조하는 생활가전기업이다. 2013년 3분기 기준 대한민국 선풍기 시장 점유율 35%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으로 선풍기가 주력 제품이다. 지난해엔 1202억원 매출, 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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