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무려 2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삼양식품이 반기를 들었다. 지난달 공정위에 이의제기를 한데 이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공정위는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실질적 역할이 없는 내츄럴삼양을 거래단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수취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하게 내츄럴삼양을 지원했다"며 삼양식품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억5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총수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를 총수일가의 사익추구에 이용한 행위"라며 지배구조 등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동안 삼양식품은 경제시민단체로부터 끊임없이 이런 지적을 받아왔다. 도대체 삼양식품을 오너 일가가 어떻게 경영하기에 그럴까.
공정위 과징금 철퇴에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전통의 라면 명가 삼양식품
기쁨도 잠시 논란거리이던 '통행세 늪'에 빠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삼양식품은 내츄럴삼양에 70억22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지원성 거래규모는 1612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공정위는 "실질적 역할이 없는 관계 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한 첫 사례"라고 의미부여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양식품과 다른 설명을 했다. 재결의 과정을 담당한 공정위 관계자는 "의결서에 있던 '싼 가격'이라는 문구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수정했다. 이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에 부당한 지원행위와 관련되서 언급된 문구를 그대로 사용해 시정명령을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내고자 한 것"이라며 "큰 틀에서 공정위의 결정과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가 법정에서 다시 다뤄질 경우 최종적으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삼양식품의 속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과징금 액수와 관련지어 풀이를 하는 시각도 있다. 어쨌건 삼양식품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놓고 말들이 많다.
오너일가에 집중된 지배구조, 거듭되는 논란
이번에 문제가 된 내츄럴삼양은 전인장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90.1%를 보유한 곳이다. 전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42.2%, 전 회장 21.0%, 자회사인 비글스 26.9%, 자기주식 9.9%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비글스도 한 식구다. 지난 2007년 1월에 과실 및 채소 도매업을 업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전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씨(20)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내츄럴삼양도 삼양식품 지분 33.26%를 갖고 있는 1대 주주로 삼양식품그룹 지배구조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3월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뒤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10년 3월 삼양식품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 2011년 7월 이후 '나가사끼 짬뽕'이 인기 돌풍을 일으키면서 삼양식품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와중에 비글스가 삼양식품 지분을 집중 매도해 42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려 개미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당시 삼양식품은 "(비글스의 주식 매도는)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아무런 도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삼양식품그룹은 비글스-내츄럴삼양-삼양식품-기타 계열사로 이뤄지는 수직 지배구조를 통해 경영권을 오너 일가로 집중해 놓고 있다. 특히 병우씨가 열세 살이던 2007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비글스는 2008년까지만 해도 내츄럴삼양의 지분이 없었다. 그러나 2009년 2만2500주(26.8%)를 인수하며 일약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는 이 비글스가 삼양식품그룹 지배구조상 최정점에 자리 잡고 있어 향후 3세 경영권 승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비글스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오피스텔에 있다. 20평도 안되는 이 회사가 삼양식품을 지배하고 있는 셈인데, 비글스의 매출 규모도 베일 속이다. 창립 목표는 농산물 도소매업, 수출입업, 경영컨설팅 및 기업 투자관리업과 해외기술알선-보급 및 이를 추진하기 위한 해외투자업 등인데, 그동안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이와 관련 삼양식품 측은 "여러 사업을 하려했으나 잘 안됐다"며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 회장의 부친인 전 명예회장이 과거 서울 남대문에서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으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라면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라면을 만들었던 창립 당시 창업주의 경영이념이 경영권 승계라는 또 다른 목표 속에서 자칫 왜곡되는 것이 아닐지, 이후 삼양식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