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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1등 경영' 탈나나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4-06-11 15:39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등 경영'을 강조한다.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꾸준히 1등 경영을 독려했다. 2011년 '롱텀에볼루션(LTE)에서 1등을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직원 전체에게 보냈고, 올해는 신년사를 통해 1등 통신사로 자리매김 하자고 강조했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에 밀려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시장을 선도하지 못한 게 컸다. 이 부회장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부회장의 1등 경영은 분명 성과를 거뒀다.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은 이 부회장 취임 이후인 2011년 17.89%, 2012년 18.95%, 2013년 19.89%로 계속 상승했다.

게다가 2011년부터 LTE에 투자하며 LTE가입자만 놓고 보면 그 수가 타 통신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1등 경영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최대란 수식어를 앞세운 LG유플러스의 공격적 마케팅이 잦은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1등을 강조하는 경영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초 논란 '단골'로 등장

LG유플러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상용망에서 LTE보다 4배 빠른 '3밴드(band) CA' 시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CA는 서로 다른 주파수를 묶어서 속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시연에서 2.6㎓, 800㎒, 2.1㎓ 등 3개 주파수 대역을 하나로 묶어 대역폭을 확장해 기존 LTE(75Mbps) 대비 4배 빠른 최대 300Mbps(초당 메가비트)의 속도를 구현했다. LG유플러스 시연에 대해 "전파를 차단한 인공적 환경이 아닌 실제 고객이 사용 중인 네트워크에서 3밴드 CA를 시연한 것은 세계 최초" 라며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력과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 1등이라는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LG유플러스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런데 사실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전 호주 최대 통신사인 텔스트라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이 3밴드 CA기술 시연에 성공했다"며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가 아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런 지적에도 여전히 3밴드 CA시연은 세계 최초라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에릭슨과 텔스트라가 시연에 사용한 주파수 중 두개는 상용화되지 않은 대역"이라며 "아직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에서 시험을 한 것으로 이는 실험실에서 하는 수준이어서 상용망에서 사용한 것은 LG유플러스가 최초"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와 텔스트라-에릭슨이 사용한 것은 같은 기술인만큼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파수 대역만 다른 이상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업계는 기술력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분야인 만큼 '세계 최초'란 타이틀이 갖는 의미가 크다"며 "LG유플러스가 한 달 전 시연에 성공한 기술력을 두고 세계 최초라고 홍보하는 것은 기술경쟁력을 앞세운 고객 유치의 수단으로 삼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음성, 문자까지 LTE로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 LTE-A 서비스 상용화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LTE-A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직후다. LG유플러스는 "'LTE-A' 최초 서비스 러시아 통신사업자 '요타'"라며 "데이터부터 문자까지 LTE로 서비스 되는 것은 LG유플러스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통신사업연합회(GSA)가 발간한 'LTE로의 진화 보고서'에 따르면 LTE-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곳은 SK텔레콤이다. GSA는 글로벌 주요 통신장비사업자들이 모여 통신 장비와 단말 표준에 대한 확산을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통신업계에서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LG유플러스는 2011년 LTE 스마트폰 출시 이후 글로벌 자동 로밍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로밍 통신방식은 설명하지 않았다. LTE폰인 만큼 로밍도 LTE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LTE폰의 사용자에게 LTE 로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LG유플러스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 CDMA는 2G 서비스로 LTE 서비스 이용은 불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 로밍이 되는 것처럼 사용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1등 경영' 그룹으로 불똥 튈 듯

업계는 LG유플러스의 '1등 경영'이 그룹차원의 경영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등 LG'를 강조하는 것은 그룹 차원의 경영방식이기도 하다. LG그룹의 계열사에서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등의 수식어를 사용해 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2년 울트라북 '엑스노트 Z330' 출시와 동시에 한국기네스기록원으로부터 부팅속도 9.9초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최단 기록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기네스기록원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LG전자가 기록 인증을 의뢰한 곳은 한국기록원이다. 세계기네스협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체다. LG전자는 '단순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LG전자가 한국기록원과 3D 영화 체험 행사를 개최하며 최다 인원 관람으로 한국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자료를 낸 바 있다. 단순 실수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이 대부분 사업 영역군에서 2~3등에 포진, 1등 LG를 내세우고 있다"며 "계열사들이 지나친 공격경영으로 인해 그룹 전체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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