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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 박자 빠른 한진그룹 경영승계, 올해 전환점 맞는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4-03-10 15:45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창사 45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5년후 초일류 항공사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조양호 회장 다음으로 3세 경영인들이 경영 수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책임경영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외 인지도가 높은 조 회장의 그룹내 존재감은 절대적이지만 장남이 지주회사 대표이사를 맡는 등 그룹내 주요직책을 3남매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경영환경은 예전만 못하다. 높은 부채비율과 순환출자 제한 등 그룹내 돈 문제는 산너머 산이다. 차세대 성장동력도 찾아야 한다. 변혁의 시기에 2세 경영에서 3세 경영으로의 전환기를 맞아 기대반, 우려반 시선이다. 아직 한창인 조 회장이 서둘러 자녀들에게 그룹내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기라고 독려하고 있다. 21일 주주총회는 경영승계 1차 마침표인 셈이다.

대한항공 오너? 평창 올림픽 유치! 조양호 회장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하면서 나눠졌다. 맏형인 조양호 회장은 공대 출신인 장점을 살려 그룹의 주력업종인 대한항공 등 운송부문을 맡았다.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건설과 중공업. 3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4남 조종호 회장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등 금융부문의 주인이 됐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하면서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았다.

조양호 회장은 배임, 횡령, 비자금 문제 등 크고 작은 구설수는 있었지만 그룹을 건실하게 키웠다는 평가를 듣는다. 대한항공의 성장이 이를 대변한다. 1969년 민영화 당시 보유항공기가 8대였지만 2014년엔 150대다. 연간 수송여객수는 2282만명으로 33배나 증가했다. 45년 동안 36억원에서 12조5600억원으로 매출이 불었다.

국민들은 조양호 회장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주역 중 한명으로 기억한다. 34차례의 해외출장, 지구를 13바퀴나 돈 대장정,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으면서 문제많았던 탁구판에도 안정을 가져왔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일관된 지원은 전에 없던 반향을 일으켰다.


온실 벗어난 3세 경영인, 냉혹한 싸움터로

아버지의 성공은 이제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40),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39),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1) 등 세 자녀를 뒀다. 이들은 경영수업을 끝내고 초고속 승진을 통해 책임경영 단계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인 경영 능력 검증 무대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인사를 통해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난해 7월 출범한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확실한 후계구도 정리 의도다.

그전까지는 3명의 자녀가 엇비슷한 지분으로 각자의 특성을 살린 역할분담에 치중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호텔쪽(칼호텔 네트워크 대표이사)과 그룹 지원업무를 맡았다. 조원태 부사장은 경영과 IT가 주무다. 조현민 전무는 미국 남가주대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LG애드에서도 근무를 했다. 그룹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한다. 지주사 대표자리를 장남에게 넘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까지는 부친 '조양호 회장'이라는 큰 온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3남매가 넘어야 할 파도는 높다. 업황 침체에 의한 그룹의 경영난은 우려할 수준이다.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했던 자금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실적 악화에도 선박 및 항공기에 대한 투자는 마냥 늦추기 힘들다.

한진그룹은 지난해말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내년까지 그룹 부채비율을 400% 밑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3조5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총 부채비율은 항공기 도입과 회계기준 변경을 감안하더라도 700%를 넘고 있다. 보유주식 매각과 구형 항공기 매각, 부동산과 각종 투자자금을 현금화 하기로 했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 해운업과 항공업 불황은 여전히 불씨를 안고 가는 셈이다. 가장 힘든 시기에 3세 경영인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빨라도 너무 빠른 승진

주위의 가장 큰 우려는 경영 승계 절차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막내 조 전무의 경우 재벌가에서도 보기드문 초고속 승진이다. 2007년 LG애드에서 일하다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 2010년 3년만에 부장이 됐다. 같은 해 부동산 관련 자회사인 정석기업 등기이사가 됐다. 2011년엔 한진에너지 등기이사, 2012년엔 대한항공 상무, 지난해말엔 1년만에 대한항공 전무로 또 승진했다.

조원태 부사장의 경우 초등학교(경기초), 중학교(청운중) 선배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과 비교해도 7년이라는 세월차가 있지만 역시 빠르다. 회사의 성격과 규모를 감안해도 주위 판단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임원이 되는데만 10년이 걸렸다. 이후 2007년 삼성전자 전무, 2009년 삼성전자 부사장, 2013년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계를 밟았다.

조 부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 차장, 2008년 한진 등기이사, 2008년 대한항공 본부장(임원), 2009년 전무, 2013년 부사장, 2014년 한진칼 대표이사 등 회사 경영인이 되는데 소요된 시간이 절반에 불과하다.

임원이 되는 시간보다는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끼느냐가 경영에서 중요하겠지만 오너 일가의 조급함은 주위 위화감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국민 감정과의 접점 찾기

30대 초반에 대기업 임원이라는 직함은 자칫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불러들이기 쉽다. 조현민 전무는 2012년 객실 승무원 체험과 해병대 캠프 참가 등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정면돌파하고 있다. 참신하고 새롭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2년전 여행용품 판매회사 대표와의 트위터 논쟁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20대 후반의 대기업 상무는 그만큼 만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경제개혁 연구소가 2년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20대 그룹 2~3세들의 평균 입사연령은 27세, 이들이 등기이사를 맡는 것은 34세, 42세에 주요 자회사 대표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은 7년, 최고경영자까지는 15년이 걸렸다. 한진의 한 박자 빠른 젊은 피 수혈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어린 후계자의 성과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잘못 모으다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만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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