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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살해지면 찾아오는 말 못 할 고민 '치질'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11-04 15:42


치질의 한 종류인 '치핵'은 남녀 모두가 걸릴 수 있는 흔한 질병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치핵, 치열, 치루 등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2007년 74만 명에서 2012년 85만 명으로 매년 약 2.7%씩 느는 추세다.

하지만 치질은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심지어는 의사 앞에서도 말하기 쑥스러워 한다. 그래서인지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약 50% 정도가 치질로 인한 통증과 출혈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치질환자의 고통은 더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노출된 항문의 피부와 근육의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항문에 중압감 있고, 가려우면 치핵 의심해봐야

치질이란 항문질환을 통칭하는 일반 용어다. 치질은 항문이 감염되어 고름이 터져 나오는 항문주위농양과 치루, 항문 부위가 찢어지는 치열, 항문의 혈관이 부풀어 생기는 치핵을 통틀어 부른다. 윤상남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치핵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이 악화된다"며 "항문에 중압감이 있고 가려움증이 느껴진다면 치핵을 의심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핵은 항문관 벽을 이루고 있는 항문쿠션조직에서 발생한다. 미세한 혈관 덩어리로 구성돼 있는 항문쿠션조직은 항문이 잘 닫히도록 하는 수도꼭지의 고무패킹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배변 시 대변의 덩어리에 의하여 밖으로 밀려나오고 배변이 끝나면 다시 항문관 안으로 다시 들어가 더 이상의 대변이나 액체가 직장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을 방지한다. 그런데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노출된 상태를 치핵이라고 부른다.

혈변이 대표적인 증상

항문쿠션조직이 항문관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항문관 안으로 정상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항문쿠션조직 안에는 쿠션을 덮고 있는 피부와 쿠션과 연결되게 하는 여러 다발의 끈 같은 결체조직이 있다. 배변이 수 십 년 반복되면 쿠션을 지탱하고 있는 끈 다발 조직이 부분적으로 갈라지고 끊어진다. 이렇게 되면 항문관 밖으로 나왔던 쿠션이 항문관 밖에 남게 된다. 탈출된 피부는 늘어지고 약해져서 대변 나올 때 손상되고, 쿠션의 혈관덩어리가 터져 출혈이 일어난다. 항문쿠션에는 동맥과 정맥 혈관이 혼재하고 있어 동맥혈액의 색깔인 빨간 피가 대변과 섞이게 된다. 이런 치핵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구분한다. 항문 입구에서 2~3㎝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이빨 모양처럼 생긴 치상선이 있는데 치상선 위쪽에 생기는 경우를 내치핵, 치상선 아래쪽에 생기는 경우를 외치핵이라고 한다.

내치핵의 경우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치핵이 항문 밖으로 뒤집어져 나와서 피가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붓고 아픈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증이 없다. 반면 외치핵은 때때로 혈액이 뭉쳐 혈전을 이루어 팽창되므로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


가족 중 치핵 있으면 더 조심해야

치핵은 항문쿠션조직의 노화에 의해 발생되므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된다. 하지만 체질, 유전적 소질 등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가족 중에 치핵으로 고생한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치핵의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에게 치핵이 있다면 자녀들도 치핵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특히 젊고 활동적으로 일할 연령에서 주로 발생해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치핵을 유발하는 요인은 많다. 변비가 있으면 과다하게 힘을 주게 되고 굵고 딱딱한 변이 항문관을 지나가면서 항문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항문질환이 생기게 된다. 설사를 하게 되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항문부위를 자극해서 항문에 염증을 일으키고 상태를 악화시킨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장시간 대변을 보게 되면 항문쿠션조직이 확장돼 탈출이 심해지므로 배변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직업, 특히 앉아 있는 자세, 지나친 음주, 임신, 출산 등이 원인 및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 간경화, 복강 내 종양 등도 치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핵은 꼭 수술해야 하나?

치핵은 그 정도에 따라 수술이나 비수술적요법을 선택하게 된다. 윤상남 교수는 "항문쿠션조직과 점막, 피부는 정상적인 항문기능을 위하여 모두 필요한 인체조직"이며 "무조건 수술을 하기보다는 항문협착이나 항문실금이 생기지 않도록 전문의를 찾아서 효과적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핵으로 인해 잦은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초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반복적인 출혈이 있는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또 쪼그려 앉거나 걸을 때 그리고 운동할 때에 덩어리가 밖으로 밀려나오는 경우, 배변 시 항문 밖으로 덩어리가 밀려나와서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거나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해야 한다. 항문이 자주 붓고 아픈 경우도 초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치핵은 수술해도 재발한다고 하던데?

항문쿠션조직의 위치는 항문관 둘레 중에서도 세 군데가 크게 발달되었다. 그래서 세 군데 중 한 군데에 치핵이 생겨 절제수술을 하게 되면 재발되지 않는다. 다만 치핵 수술 후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적절하지 않은 항문관리로 나머지 두 개의 쿠션에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치핵 수술을 받은 후에도 예방을 위해 항문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치핵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핵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항문 출혈이나 항문을 포함한 회음부의 불편감이 '대장암'의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윤상남 교수는 "항문출혈의 원인은 다수에서 치핵이지만 대장암의 초기 증상도 항문직장 출혈인 경우가 있으므로, 치핵이라고 자가진단하지 말고 반드시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며 "치핵과 대장암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으므로 치핵이 재발되거나 잘 낫지 않는 치핵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이 없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치핵 예방법>

1)변비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항문을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한다.

3)묽은 변이나 설사는 가급적 치료를 서두른다.

4)배변을 참지 말고 배변시간을 길게 하지 않는다.

5)작업 자세를 교정하고 장거리 구보시에는 휴식시간을 갖는다.

6) 좌욕과 목욕을 습관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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