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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AW 밀란 컬렉션, 에르메네질도 제냐 패션쇼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3-01-13 12:19 | 최종수정 2013-01-13 12:19


패션은 때로 앞으로 다가올 변화와 진화를 예견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랜드에 있어 2013년 가을 겨울 컬렉션은 브랜드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넘어가는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시즌 에르메네질도 제냐 컬렉션은 획기적인 변화의 흐름에 몰두한 미래의 젊은 신사들을 연상시킨다.

이번 시즌 제냐의 옷장 전체에는 핀 스트라이프의 그래픽 패턴이 돋보이는 의상부터 스포티한 액센트가 더해진 포멀 웨어까지 혁신적인 에너지로 충만하다. 주요 컬러 팔레트는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던 산업 혁명의 중요한 이미지들을 상기시키는 아스팔트, 스틸, 시멘트, 화강암 등 깊이감 느껴지는 그레이 셰이드. 사이사이 반짝이는 질감의 딥 그린과 화이트 컬러는 컬렉션의 주요 포인트가 된다.

그 동안 제냐가 매 시즌 선보인 패브릭들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며 선구적인 작업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험실은 한 걸음 물러나 새로운 멜란지 컬러, 30년대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빈티지 감성의 패브릭, 비버 소재와 캐시미어에 사용되는 테크놀로지를 결합하여 탄생한 카디드 울 (carded wool) 등을 선보인다. 이러한 미묘한 뉘앙스는 겨울을 위한 실크의 새로운 해석인 "제냐 실크"를 통해 두드러진다. 100% 실크 원사를 사용하여 퓨어 캐시미어의 텍스처를 구현한 제냐 실크는 이번 컬렉션의 키워드이다.

합리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진중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수트에 있어 재킷의 길이는 길어졌으며 팬츠의 허리선은 지난 시즌에 비해 높아졌다. 제냐의 상징인 스트라이프 패턴은 새로운 그래픽의 요소로 재해석되어 수트는 물론, 니트와 팬츠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의미 있을 모든 요소들은 다시 한번 재현되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아함을 오롯이 구현하고 있다. 70년대 선보인 아뇨나(AGNONA)의 전설적인 알파카 패브릭인 스파촐리노(Spazzoliona) 는 클래식한 커팅이 돋보이는 코트들은 물론 사슴가죽 소재 아우터의 안감으로 쓰인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정제된 디자인의 화이트 셔츠, 실크 패턴의 타이와 커머 밴드는 포멀 수트 스타일링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하는 액세서리다.

반면, 포멀 재킷과 아우터들은 반짝이는 메탈 장식이 더해져 보다 과감한 디테일을 선보인다. 컴팩트한 패브릭, 날카롭고 건축적인 프로포션이 돋보이는 포멀 재킷과 아우터들은 브랜드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과 스포티한 애티튜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데일리 웨어로서 일상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아우터들은 파카, 후디드 오버재킷 등 보다 스포티한 형태가 가미되어 마치 스웨트셔츠처럼 루스하게 연출된다. 블루종 재킷들은 스파촐리노 알파카 또는 울과 믹스된 실크 니트, 밍크 소재로 선보인다. 마이크로 패턴,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그라니테 (Granite) 효과"가 어우러진 니트웨어는 차분한 애티튜드를 유지한다. 나파 레더, 실크, 울 등 다양한 소재로 선보이는 패딩 베스트는 펜싱선수의 유니폼을 연상시키며 예상치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컬렉션의 액세서리들은 제냐가 제안하는 "포멀 스포티브 스타일"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솔리드 컬러로 선보이는 테이핑 디테일의 슈즈들은 모두 핸드 폴리시 처리한 송아지 가죽 소재로 선보인다. 짧은 일정의 여행에 이상적인 보스톤백, 브리프케이스, 아이패드를 위한 크로스 백들은 컴팩트한 형태는 물론, 양면이 다른 컬러로 처리된 메탈 장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보다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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