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여)는 1년 반 전부터 간헐적으로 배가 사르르 하면서 설사를 하곤 했다. 며칠 동안 금주하고 음식섭취를 조심하면 완화되곤 해 일반적인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증상이 심할 때만 지사제 등을 복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전 부터는 복통이 심해지고 설사와 함께 혈변이 나와 병원을 방문, 대장내시경 검사 후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받고 치료중이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90% 이상이 혈변 호소
이 여성이 진단받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과 직장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만성 재발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직장에서 시작해 대장 상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모든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직장에 염증이 존재한다. 전체 환자 중 25-40%는 직장에, 30-40% 는 좌측 대장까지, 나머지 30% 정도는 전 대장에 이르기까지 병변이 존재한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이경훈 과장은 "염증이 지속되면 궤양 반흔으로 대장 내강이 좁아지고, 결장주름의 소실 및 염증성 용종들이 관찰된다"며, "유병기간이 길수록, 병변의 침범부위가 넓을수록 대장암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항문질환 동반하는 크론병
크론병은 궤양성대장염과는 달리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위장관 중에서 소장침범이 가장 흔하며,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회맹부를 대부분 침범하게 된다. 때로는 인접 장기나 피부로 누공을 형성하기도 하며, 특히 동양에서는 항문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크론병 환자중 30% 정도에서 치루, 치열, 농양 등 항문주위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젊은 연령에서 호발하며, 최근에는 16세 미만의 소아에서도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 증상은 복통과 체중감소이며, 염증이 장벽을 모두 침범하면서 장기간 배가 아프고 설사 및 흡수장애, 빈혈, 식욕부진 등으로 영양상태가 불량하다.
난치성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
염증성 장질환은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일과성 급성장염과 초기증상이 유사한 경우가 많다. 환자에 따라 증상과 병이 생기는 부위, 염증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임상증상과 대장내시경 및 조직검사, 혈액검사 등 여러 소견을 종합하여 진단을 하게 된다. 질환이 비특이적인 경우 일정기간 추적관찰을 하면서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특히, 크론병은 소장침범이 흔하여 소장 조영술, 복부 CT, 캡슐내시경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은 난치성 질환으로서, 아직까지는 질병이 비활동성인 관해기를 유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이다. 질병의 중증도에 따른 약물치료를 시행하게 되며, 항문주위 농양이나 치루, 누공형성, 소장협착 등은 수술적 치료를 요할 수 있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이경훈 과장은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완치'의 개념이 없지만 열심히 치료를 받아 조절이 잘 되는 경우 정상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루 세끼 식사를 하듯이 투약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