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가 죽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유난히 동물을 좋아한다.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를 보면 졸졸 따라가고 시골에가면 외양간에서 소를 관찰하느라 시간을 다 보낼 정도다. 녀석은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졸랐다. 결국 그 모든 뒤치닥거리는 내 차지가 될 것 같아 사주지 않았다. 녀석은 매추리를 보면 매추리를 사달라고 조르고 햄스터를 보면 햄스터를 사달라고 졸랐다. 모두 거절했다.
"그래, 병아리 집 부터 만들어주자."
아이는 신이 나서 박스 안에 신문을 깔고, 물그릇과 음식그릇을 넣어주었다. 이불까지… 꾸며놓고 나니 제법 근사한 집이 되었다. 집을 만들어 준 후에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리에서 힘센이에서 노랑이로 이름이 변했다. 창의성이 없다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시큰둥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사왔으니까 내 맘에 드는 이름으로 할거야."
노랑이는 처음에는 잘 울지도 않더니 나중에는 어찌나 시끄럽게 삑삑거리는지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밤새도록 삑삑 거릴까봐 걱정이 됐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찔금거리며 똥을 쌌고 자기 똥을 밟고 다녔다.
저녁때가 되자 아이는 노랑이가 지저분하다면서 목욕을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러라고 했다. 욕실로 들어간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병아리가 이상해. 픽, 하고 쓰러져."
욕실로 들어갔더니 세면대에 노랑이가 누워 있었는데 아파 보였다. 드라이어로 몸을 말리고 노랑이 집에 눕혔다. 노랑이는 쌕쌕 숨소리를 내며 간혹 몸을 떨었다.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죽었을까봐 몸을 건들이면 움찔 놀라거나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노랑이는 쌕쌕 거리며 누워 있었다.
그날 오후, 외출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가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아마도 노랑이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서 아이를 안아주었다. 저녁 준비도 마다하고 노랑이를 봉지에 담아 아이 손을 잡고 뒷 산으로 갔다. 그곳에 노랑이를 묻어주고 잘 가라는 작별 인사를 해주고 돌아왔다. 아이는 풀이 죽어 저녁도 먹지 않으려 했다.
그날, 학원에서 돌아온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병아리는 목욕을 시키면 체온이 떨어져서 죽는대요. 그리고 항상 따뜻하게 해 주어야 한데요. 은은하게 불빛을 쬐어 줘야 하고."
"그래, 엄마가 몰랐네. 어디서 배웠어?"
"오늘 학교에서요."
그 이야기를 듣자 둘째에게 너무 미안했다. 좀더 관심을 가지고 '병아리 키우는 법' 을 찾아 보았더라면 조금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루만 일찍 큰 아이가 학교에서 배웠더라도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녀석이 참 복도 없지.
그 이후 첫째에게 들었던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학교 앞에서는 병아리 뿐만 아니라 매추리, 햄스터까지 파는데, 매일 파는 사람이 달라진다고 한다. 가격도 어떤 아저씨는 500원, 어떤 아줌마는 1000원 받는다고 했다.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 못사지 돈이 있으면 한 두번씩은 산다고 했다. 해서 병아리가 죽어도 그냥, 죽는가 보다 무감각한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취미처럼 병아리를 사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병아리를 파시는 분들이 상자 안에 가득 담아 와서 파는데 병아리들이 2층, 3층으로 포개어져 있다고 한다. 밑에 있는 병아리들이 위로 올라오느라 서로 몸싸움을 하는데 불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수컷만 버려지는 것이라고. 암컷은 알을 낳기 때문에 농장에서 기르는데, 수컷은 농장에서 할일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버려지는 것이라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초등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접하는 모습이 동물 학대 라니.
학교 앞에서 동물들을 파는 사람들은 그냥 팔지 말고, 동물 기를 때의 주의사항을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키우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고. 그러면 아이들이 좀 더 정성껏 보살필 수 있을 것이다. 한 상자에 30~40마리의 병아리를 담지 말고, 2층 3층으로 병아리를 쌓지 말고, 좀 더 넓은 상자 안에 병아리를 담아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 살기위해 다른 이를 짓밟고 올라가는 모습 대신 즐겁게 삐약대는 모습을 보여주면 훨씬 좋지 않을까. 그러면 아이들 마음도 좀더 따뜻해지고 동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줄어들 것이다.
SC페이퍼진 명예주부기자 1기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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