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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전도사 최훈의 재미있는 와인이야기 4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2-02-07 13:44


최훈 원장

비단결 같이 부드럽고 튼실한 느낌의 와인이란?

와인을 마시다 보면 입안에서 전해지는 와인의 질감이 마치 부드러운 비단결 같은, 그리고 벨벳 촉감 같은 경우를 경험할 때가 있다. 이럴 땐 으레 농밀한 질감을 함께 지각하게 된다.

우리 입안 가득히 채운 와인에서 뭔가 힘이 넘치는 듯한, 파워풀한 느낌을 경험 할 때도 있다. 이럴 경우 와인의 바탕이 아주 튼실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와인의 부드럽고도 힘이 센 듯 한 느낌은 훌륭한 와인의 '결(texture)'과 튼실한 '구조(structure)'가 있음을 의미한다. 위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주는 와인이라면 분명히 좋은 와인을 만난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드러운 질감과 파워풀한 구조감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유순한 질감은 와인의 농도, 다시 말해 알코올 수준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알코올의 도수(함유량)가 높을수록 와인의 결은 대체로 짙으면서 유순함을 보인다. 이는 알코올 속에 함유된 글리세롤의 작용 때문이다. 이에 비해 와인의 틀은 포도의 특질과 양조 기술, 이에 더해 와인의 숙성과 더 연관이 있다. 질이 좋은 포도로 와인을 빚고 이를 오크통에 넣어 숙성을 거치게 되면 와인은 한결 튼실해지고 힘이 넘치게 된다. 힘의 절정은 숙성이 정점에 이르며 나타난다. 또한 이 틀은 와인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훌륭한 구조(틀)가 있어야 와인의 생명력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다.

농밀하면서도 부드러운 결을 보이는 와인은 대체로 더운 지방, 남위 35도 선상에서 나는 와인(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등) 가운데 숙성이 잘 된 축에서 만날 수 있다.

반면 힘이 넘치는 와인은 아무래도 추운 북위 45도 부근에서 나는 와인(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가 경험한 이 같은 카테고리의 대표적 와인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의 샤또 마고(Chateau Margaux, 프랑스)와인, 그리고 헝가리의 에게르에서 만난 삐노 누아로 빚은 투메레르(Thummerer) 와인을 꼽을 수 있겠다.

글·최훈(보르도와인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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