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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해 온 금융사와 중견 건설사의 골프 투자. 변곡점에 섰다.
KLPGA 투어 최고상금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을 주최해온 한화큐셀은 지난달 29일 '골프후원 운영축소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한화큐셀은 지난 8월 열린 '한화클래식 2024'를 끝으로 골프대회 개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시즌 계약이 종료되는 한화큐셀골프단 해외투어 선수에 대한 재계약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지은희, 신지은, 김아림, 성유진과 일본에서 활약중인 이민영은 한화와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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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유행처럼 골프단과 골프대회 창설이 봇물을 이뤘던 금융, 건설사는 과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코로나19 여파 속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골프단 창단과 대회 후원이 건설사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2022년 안강건설, 대보건설, 금강주택, 태왕이앤씨 등이 골프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2023년에도 두산건설이 자사 주택 브랜드명인 'We've'를 적용해 골프단을 창단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0년대 초중반에도 호반건설, 요진건설 등 초창기 골프단을 운영하던 건설사들이 성공가도를 달렸고, 대방건설이 뒤를 이었다. 동부건설도 KLPGA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대회를 주최해 건설사 파워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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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유치나 골프단 창단은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사업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공헌 차원에서 경비 지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건설사나 금융사는 골프대회와 골프단 창단에 진심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지출 규모에 비해 얻는 직·간접적 파급효과가 크다.
타 스포츠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비용이 저렴하데 홍보 효과는 뛰어난 편이다. 주목받는 선수들이 건설사나 금융사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의류를 착용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만큼 브랜드 노출 빈도가 쏠쏠하다. 특히 지역 기반으로 전국구가 아닌 건설사는 골프단이나 골프대회 유치를 통해 단숨에 중앙 건설사급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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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많이 대중화 됐지만 여전히 '귀족 스포츠' 이미지가 있다. 경제력 있는 소비자를 타깃화 해 접근해야 하는 산업 입장에서 이 보다 더 좋은 타깃 마케팅은 없다. 금융사의 경우 프라이빗 뱅킹(PB) 타깃층을 손쉽게 구분하고 공략할 수 있다. 소속 프로선수들을 활용해 프로암 등 고객 만족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골프단과 대회는 들인 돈에 비해 상대적으로 홍보 효과가 큰 가성비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단 운영은 더욱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특급 선수가 아닌 이상 부담스러울 정도의 지출이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선수 뿐 아니라 해외 유망주 선수까지 후원이 이뤄진다. 이방인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적은 돈으로 해외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동남아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의 후원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태국, 뉴질랜드, 호주 등 아태 지역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을 후원하며 글로벌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중·일 3개국 선수 초청으로 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도 연다.
정규투어 2~3명과 유망주 2~3명으로 이뤄지는 골프단 운영비는 연간 10억원 안팎. 최소 20억원 이상 비용이 드는 골프대회 유치에 비해 1년 내내 로고 노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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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 부른 떡잎의 유망주 영입을 우선 검토했고, 장기적 지원을 통해 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수 있도록 후원한 결과 이예원, 방신실 등 대표 선수들이 탄생했다. KB금융 측은 "비단 골프 뿐만 아니라 스포츠마케팅 후원 시장에서는 KB의 진정성 있고 차별화된 선수 후원 정책을 통해 오랜 시간을 지켜봤다. 선수들과 매니지먼트 사이에 선호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점은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고객과 회사가 동반성장 해야 하는 금융사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 한다. 결국, 선수와 후원사의 강한 신뢰가 골프를 사랑하는 고객이 많은 금융사에는 신뢰감 있고 호감 있는 이미지로 연결돼 마케팅 효과가 타 업종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운 좋게 싼 값에 잡은 유망주 후원 선수가 훌쩍 커 우승 경쟁이라도 벌일 경우 언론 노출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제1 금융권 골프 마케팅 효과를 지켜본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도 골프마케팅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1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소속 선수의 호감도나 대회 유치를 통해 세탁하는 효과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