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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렌터카오픈]김지현, 제주강풍 속 '보기프리 우승'의 의미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4-09 09:21


김지현. 제공=KLPGA/박준석


4월의 제주에서 열린 골프대회. 최대 변수는 날씨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 무쌍했던 제주 날씨. 맞서느냐, 극복하느냐, 적응하느냐에 따라 선수 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5일 시작한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은 이미 제주 날씨의 덫에 사로잡혔다. 1라운드 이후 6,7일에 열릴 예정이던 2,3번째 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됐다. 결국 예정된 나흘 중 첫날인 5일과 마지막날인 8일 이틀만 경기가 열렸다. 36홀은 상금을 전액 지불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8일마저 날씨가 엉망이었다면 자칫 예정된 일정을 넘어 월요일인 9일까지 넘어갈 뻔 했다.
오지현. 제공=KLPGA/박준석
8일, 날씨는 다행히 전날보다 나아졌다. 아침부터 화창한 햇살과 파란 하늘이 제주를 감쌌다. 새벽 6시40분 부터 오전 첫 조가 출발하며 예정대로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됐다. 이전 이틀만큼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날도 어김 없이 날씨 변수는 있었다. 바람과 추위였다. 홀 깃대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에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다. 특히 오전보다 오후에 바람이 더 거세졌다. 챔피언 조를 포함, 상위랭커가 몰려 있는 오후조가 조금 더 힘들게 플레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거리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대회가 36홀로 축소된데다 바람, 추위 변수까지 겹친 상황. 우승경쟁이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 변수가 커지면서 추격조에 포진하던 잠룡들이 기지개를 켰다. 오전조로 출발했던 오지현(22·KB금융)은 이날 7언더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8언더파 136타 오후조 출발 전까지 단독 1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정은. 제공=KLPGA/박준석
오후 들어 강해진 바람 속에 챔피언조 등 선두 그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7언더파 1위로 파이널라운드를 맞은 김수지(22·올포유)는 첫 홀부터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전반을 2오버파로 마치며 선두권에서 살짝 밀려났다. 4오버파까지 밀렸던 그는 마지막 3홀 연속 버디로 1오버파를 기록하며 라운드를 마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138타로 공동 4위.

6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했던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22·대방건설)도 강한 바람 속에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전반 보기와 버디 1개씩을 기록하며 이븐파.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 속에 답답한 표정을 짓던 이정은은 12번 홀에서 짧은 퍼팅 2개를 잇달아 미스하며 더블보기로 선두권에서 밀려났다. 14번 홀에 1타를 만회한 이정은은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1언더파로 마쳤다. 최종합계 7언더파 137타 3위.


김지현. 제공=KLPGA/박준석
우승의 영광은 바람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플레이를 펼친 김지현(27·한화큐셀)의 몫이었다. 2라운드 합계 9언더파 135타로 2위 오지현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 6월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우승 이후 10개월 만에 이뤄낸 우승. 지난해 생애 첫 승과 함께 시즌 3승을 거두며 '지현 천하'의 선봉에 섰던 김지현은 올시즌 국내 개막전 우승으로 올해도 변함 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또한 지난해 S-OIL챔피언십과 기아자동차 한국오픈에 이어 3연속 역전우승에 성공하며 '역전의 여왕'으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5언더파로 파이널라운드를 시작한 김지현은 전반 6홀까지 이븐파를 기록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골퍼에게 썩 유리하지 않은 자연 환경에 무리하지 맞서지 않고 안정적으로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기다림 속에 결국 기회가 찾아왔다. 7번 홀(파4) 버디로 시동을 건 그는 9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2타 줄인 7언더파로 전반을 마쳤다. 선두로 치고나갈 발판을 마련한 김지현은 후반 들어 11,12홀 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9언더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일단 역전에 성공하자 김지현은 다시 안정적 운영에 들어갔다. 차분하게 이븐파 행진을 벌이며 노보기 라운드로 시즌 첫승을 완성했다.


김지현은 "보기 프리 우승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캐디 조언 속에 무리하지 않고 넉넉하게 잡고 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미국 대회 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쇼트게임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지난 시즌 끝나고 클럽을 바꿨는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쓰던(3차례 우승했던) 클럽을 가지고 나왔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웃었다. 김지현은 "올해 목표는 지난해 우승했던 대회 타이틀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해 이번 대회 우승을 포함, 시즌 4승에 대한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며 1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했던 '슈퍼루키' 최혜진(19·롯데)은 오전조에서 3타를 줄여 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서귀포(제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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