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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열악한 한국 남자 골프에 단비..하지만 여전히 안개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4-08-20 06:44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대회를 만들었다.

열악한 남자 프로 골프에 단비가 내렸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김우현(23·바이네르)은 혜성처럼 나타났다. 2010년 데뷔한 김우현은 해피니스 송학건설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올리더니 보성CC클래식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즌 2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비교해 KPGA는 대회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기회가 부족한 게 현실. 김우현의 아버지인 김원길씨(53)는 아들이 KPGA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자 큰 결심을 했다. 국내 중소기업 제화 업체인 안토니&바이네르의 대표이사인 김씨는 KPGA 대회 유치를 추진했다. 아들같은 선수들이 힘겹게 투어 생활을 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기가 좋은 여자 투어에 비해 남자 투어는 너무 열악하다. 선수들이 골프로 생활이 안되는다는 게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결국 직접 상금규모 5억원짜리 대회를 만들었다.

21일부터 나흘간 강원도 고성군 파인리즈컨트리클럽(파71·7209 야드)에서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총상금 5억 원·우승상금 1억 원)이 열린다. 김우현은 "아버지가 주최하는 대회여서 부담도 있지만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즐기면서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상금 1억원을 현장에서 직접 받는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어렵게 열리는 대회인만큼 그 어느때보다 가치가 있다.

하지만 KPGA 투어의 현실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KLPGA 투어 대회는 넘치지만 KPGA 투어는 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한국남자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44)는 국내 후배들을 위해 대회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대회를 치를 골프장을 찾지 못해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 최경주는 오는 10월 9~12일 나흘 동안 'KJ CHOI 인비테이셔널'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경주는 총상금 5억원과 대회 운영경비 1억5000만원 등 총 6억5000만원의 사비를 준비했다. 하지만 3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골프장 대여료가 없어서 대회 개최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최경주는 "한국에 현재 500개에 가까운 골프장이 운영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골프장을 후원받지 못해 대회가 무산될 위기에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운영경비를 최소화하고 총상금 1000만원짜리 대회라도 치르고 싶다. 후배들도 따라주지 않겠는가. 이게 한국남자골프의 현실이고 최경주의 현주소라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라고 항변했다.

사실 최경주는 젊은 후배들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CJ그룹의 후원을 받아 'CJ 인비테이셔널 호스티드 바이 KJ CHOI'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CJ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다른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최경주는 "실은 나도 PGA 투어에서 뛰는 현역 선수다. 3년 전 국내 남자 대회수가 너무 적어서 CJ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나 혼자다. 그래도 젊은 후배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이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내가 잘나서도, 내 이름을 드높이려고 만든 것도 아니다.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골프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여기서 중단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라고 했다.

KPGA 투어의 인기가 하락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KPGA 내부적인 싸움도 있었다. 이제는 KPGA 투어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때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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