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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LPGA 한국 100승, 재미교포 포함 옳은가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9-01 11:35


◇LPGA 25승으로 한국 선수 최다승인 박세리. 스포츠조선 DB


최근 한국 선수들의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통산 100승이 화제다. 지난 7월 유소연(21·한화)의 US여자오픈 우승이 99승째였다. 1988년 스탠다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구옥희가 우승한 이후 2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박세리(34)가 터를 닦고, 신지애(23·미래에셋), 최나연(24·SK텔레콤) 등 '세리 키즈'가 집을 지었다.

하지만 LPGA 통산 100승에 묘한 문구가 붙고 있다. '한국'이 아니라 '한국(계)'다. 한국 국적 선수 뿐만 아니라 재미교포 선수들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미교포인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의 2승,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김초롱)의 2승, 펄 신의 1승이 다 포함돼 현재 99승이다. 순수 한국 국적 선수의 승수는 94승이다.

재미교포 선수들의 한국인 100승 포함, 과연 옳은가. 미묘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적에 대한 개념은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이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이러기에도, 저러기에도 매우 애매한 상황이다.

포함시키자니 좋은 것만 셈에 넣는 아전인수같아 찜찜하고, 제외시키자니 국적에 너무 얽매인 속좁은 잣대처럼 느껴진다.

'한국(계) LPGA 통산 100승'은 사실 공식 기록이 아니다. 애초에 LPGA가 한국 국적 선수들의 우승을 따로 카운트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개념 자체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는 한국 언론이 만든 가상의 이정표다. 한 골프 전문방송이 올초 LPGA 통산 100승을 계속 언급했고, 나머지 대다수 언론도 어차피 기분 좋은 기록이었기에 100승 임박 보도를 여러차례 했다. 물론 기자도 100승 달성 초읽기 보도를 여러차례 했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조차 "보도를 보고 100승이 임박했음을 알았다"며 이구동성이다. 이제는 오히려 '100승 달성 가능성 보도'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주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재미교포 미셸 위와 티파니 조는 우승경쟁을 했다. TV중계를 보는 팬들 중 상당수는 의아했다. 미셸 위는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티파니 조는 생소한 인물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US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하기도 했지만 이를 국내팬들이 알 리 없었다. 이들의 순위가 요동칠때마다 TV중계 화면의 100승 도전 자막이 떴다.

재미교포의 우승을 한국 선수 우승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두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재미교포들의 기록도 당연히 넣어야 된다는 쪽은 심정적인 이유를 내세운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가치판단 기준도 그러하고 한민족이라는 큰 테두리를 감안하면 너무나 자연스런 접근이라고 말한다.

반대 쪽은 골프 기록의 순수성을 얘기한다. 기록이라는 것은 계속 남게 되는데 그 기준이 흔들리면 무의미해진다는 주장이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 중 한 명만 한국인일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미셸 위와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 대표로 솔하임컵에 출전한 바 있다. 성조기로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USA'를 외쳤다. 이는 자연스런 행동이다. 이들은 엄연한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모든 공식 기록에서 이들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다. 이들의 우승 또한 미국 선수의 우승으로 표기돼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언론만이 이들의 우승을 한국인 우승에 포함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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