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골프 연습R 한국 필승의지 "어금니 꽉 깨물자"

◇29일 정산골프장에서 홍순상이 연습라운드 도중 티샷을 날리고 있다. 이승호(왼쪽)는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김해=박재호 기자 [e-mail]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KB금융 밀리언야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29일 경남 김해 정산골프장. 대회가 열리는 18개홀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이따금 코스 관리 인력이 굉음과 함께 잔디를 깎고, 그린을 가다듬고 있었다. 오전 9시 두 무리의 선수들이 등장했다. 양용은(39·KB금융)이 이끄는 한국 선수들이 먼저 달우코스(1~9번홀)로 향했고, 이윽고 일본 선수들도 보였다.

연습라운드였지만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국은 선수 주장으로 양용은을 뽑았다. 28일밤 한국 선수들은 숙소인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미팅을 했다. 5년 연속 한국 남자골프 최장타인 김대현(23·하이트)은 "양용은 선배님은 한말씀만 하셨다. '다들 어금니 꽉 깨물고 정신 바짝 차려라.' 진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상금 전액(20만달러·약 2억2000만원)을 일본 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으로 낸다. 선수들은 빈손 이다. 홍순상(30·SK텔레콤)은 "돈보다 중요한 것도 있죠. 명예죠. 마구 흥분됩니다"라고 했다.

이날 한국선수들은 2~4명씩 조를 짜서 코스를 익혔다. 양용은은 최호성(38)과 같은 조를 이뤘다. 홍순상 김대현 박상현(28) 이승호(25)가 한 조, 강경남(28) 배상문(25) 김도훈(22)이 동반 라운드를 했다. 며칠전부터 감기몸살 기운이 있었던 김경태(25)는 오후 늦게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후반 홀만 가볍게 돌았다.

한국 최고의 선수들, 늘 우승을 다투던 호적수들이지만 이번엔 같은 팀이다. 연습라운드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8번홀(파3)에서 양용은은 최호성의 티샷을 보고 떨어질 지점과 공략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고, 최호성은 조언대로 몇 차례 티샷을 연습했다. 뒤 따라 온 김대현-이승호-박상현-홍순상 조는 그린 주변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었다. 8번홀은 실거리만 200m. 앞바람까지 불자 거리가 만만찮았다. 김대현만 3번 아이언, 나머지 선수들은 하이브리드 클럽을 빼들었다. 김대현의 샷이 살짝 밀리자 홍순상은 "넉넉하게 잡아도 될 듯하다"고 조언했고, 이승호의 샷이 핀 30㎝에 딱 붙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승부처가 될 9번홀(파4, 462야드)에서는 세컨드샷을 2~3개씩 치며 홀 공략 연구에 몰두했다. 진행을 돕던 경기 도우미(캐디)는 "이 홀은 늘 앞바람이 불어요"라고 말했다. 체감거리는 500야드 이상이다. 티샷 비거리가 300야드가 넘는 김대현 조차 "만만치 않네요. 세컨드샷을 롱아이언으로 할 판이에요"라고 했다. 선수들은 오전 8시부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푼 뒤 18개홀을 모두 체크했고, 오후에는 대회 개막에 앞선 갈라쇼에 참석했다. 박재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