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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예상치 못한 그림이었다. 9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전. 당초 출전이 예고된 김민준이 워밍업 도중 손을 다쳤다. 백업으로 경기를 준비하다 갑작스레 기회가 찾아왔다.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전은 이내 '악몽'으로 변했다. 무려 4골이나 허용했다. 실수는 없었지만, 골키퍼에게 4골은 치욕이었다. 2대4 대패는 '나' 때문인 것 같았다.
김정훈은 이제 프로에 첫 발을 뗐지만, 사실 '수원 9년차'다. 초등학교 4학년인 2014년 수원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일반 클럽에서 뛰었던 그는 골키퍼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수원 U-12 입단 테스트를 봤고, 당당히 통과했다. 이후 수원은 그의 전부가 됐다. 김정훈은 수원 U-15, U-18을 거쳤다. 수많은 동기들 중 수원 U-12, U-15, U-18을 모두 거친 이는 김정훈 뿐이다. 스스로 "내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고 할 정도다.
고려대에 진학해 경험을 더하며, 프로 입성을 준비하던 김정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오로지 수원 뿐이었다. 그는 올 겨울 수원 입단에 사인했다. 김정훈은 "늘 빅버드에서 뛰는 상상을 했다. 팬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경기에 뛴 것은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수원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늘 내 첫 프로팀은 수원이었으면 했는데, 그 꿈을 이뤘다"고 했다.
그때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은 김정훈은 프로 무대에서 마침내 능력을 펼쳤다. 선배 두 명이 다치는 우연 속 데뷔에 성공한 김정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올 겨울부터 목표로 세운 데뷔에 성공한 김정훈은 이제 당당히 주전 경쟁에 나선다. 지난 충남아산전을 통해 막내도, 서드 골키퍼도 아닌 김정훈만의 경쟁력을 보여준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