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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참사는 나올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황 감독은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지금 연령대 대표팀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된다. 제가 2년여 기간 동안 느낀 점은 현재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령대 대표팀이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서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저는 작년 9월(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4월 대회에 집중해야 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구조로 우리가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감독이 처음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권에 머물 것이 아니라, 목표를 크게 잡고 세계적으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연령별 대표팀은 A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상 첫 동메달을 달성한 '런던 세대'도 오랜 기간 한국 축구의 주축으로 활약하지 않았나. 이제 '92세대'가 서서히 내려갈테고, 그렇다면 '96세대'를 이을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화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일찌감치 상무로 가는 게 트렌드가 되면서 현실적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올림픽 경쟁력을 높여서 이를 경험하고, 이겨낸 선수들이 유럽 등으로 이적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실제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 같은 팀들 모두 23세 이하가 아닌 21세 이하가 주축이다. A대표팀 전력 향상을 위해서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U-23 대표팀은 대내외적으로 변화의 물결을 겪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수준이 높아졌다. 이제 동남아팀들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한국에 충격패를 안긴 인도네시아가 좋은 예다. 내적으로는 베스트 전력을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 선수들의 유럽행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예선은 국제축구연맹(FIFA)가 정한 공식 A매치 데이가 아니다. 소속팀의 협조 없이 차출이 불가능하다. 황 감독이 U-23 대표팀의 중심으로 삼은 고영준(세르비야) 권혁규(세인트미렌)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 등은 부르지도 못한채 대회를 치러야 했다. 조위제(부산) 오재혁(성남) 등까지 다치며, 플랜B도 아닌 플랜C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노려야 했다. K리그의 U-22 룰로 낯익은 선수는 많았지만, 정작 경기를 풀어줄 중앙 미드필더, 센터백 자리에는 쓸만한 선수가 없었다. 준비도 아쉬웠는데, 선수들 기량도 기대이하라 좋은 축구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향후 올림픽행은 쉽지 않다. 월드컵은 그나마 출전 티켓수가 많다. 올림픽은 앞으로도 3장에서 4장 정도다. 지금까지 숱한 위기를 넘기며, 올림픽에 나섰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확실한 상비군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선수들의 조기 상무 지원으로 군문제에 대한 고민이 점점 사라지는만큼, 더이상 군면제를 위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원포인트 운영은 큰 의미가 없다. 아니면 감독까지 나눈 이원화를 해야 한다. 저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경험할 수 있는 무대는 올림픽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황금세대를 만들 계획을 짜야한다. 장기 비전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