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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팬들은 '골든보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을 안아줬다.
특히 눈길은 이강인에 향했다. 이강인은 '국민 남동생'에서 '하극상 밉상'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황금재능'을 뽐내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대회 MVP격인 '골든볼'도 거머쥐었다. 이강인은 기대만큼 성장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선 확실한 '게임 체인저'로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핵심으로 한국의 3연속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소속팀에서도 펄펄 날았다. 마요르카에서의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파리생제르맹(PSG)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지만 불과 한 달 새 많은 것을 잃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하극상 논란'을 야기했다. 그는 요르단과의 대회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실이 전해졌다. 여론은 들끓었다. 이강인을 향한 비난과 비판은 물론, A매치 보이콧 움직임까지 발생했다. 이강인은 개인 SNS를 통해 사과했다.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당사자인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손흥민도 '(이)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나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이를 계기로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일단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먼저 이번에 이렇게 기회를 주신 황선홍 감독님께 감사 인사드린다.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 관심, 그리고 너무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잠시 멈춰 생각하던 이강인은 "저도 이번 기회로 너무 많이 배우는 기간, 모든 분들의 쓴소리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기간이다. 앞으로는 더 좋은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거다. 그런 사람, 선수가 될 테니까 앞으로도 이 대한민국 축구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모든 말을 마친 이강인은 마음의 짐을 던 듯 활짝 웃어보였다. 이후 그는 트레이너와 별도 러닝으로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 전술 훈련 때는 동료들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도 이강인을 감쌌다. 그는 2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강인 선수와는 영국에서도 따로 만났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어제도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강인이가 모든 선수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강인 선수가 사과하는 용기도 필요하고, 그런 용기 있는 자세를 보였다.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 똘똘 우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만큼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영국까지 날아와서 먼저 사과 제스처를 보였다는 사실은 누군가 먼저 사과를 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용기를 내서 팀원으로서 뿌듯하다. 모든 사람이 실수한다. 그를 통해 많이 배운다. 강인 선수도 아직 어린 만큼 더 단단해지고, 축구대표팀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더 멋진 선수, 더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선수 소개에서 이강인을 향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캡틴' 손흥민 못지 않은 함성이었다. 팬들은 이미 이강인을 용서했다. 이날 경기 전 북측 광장에 자리한 이강인 관련 기념물에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제 이강인이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