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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는 '전직 막내형'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팀 동료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이다.
주심이 다가와 이강인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이강인은 주심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경고를 감수하고 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파울을 당한 압델하미드가 이강인에게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지만, 이강인의 시선은 주심도, 압델하미드가 아닌 홍현석에게 꽂혀있었다. 이강인은 큰 목소리로 홍현석에게 호통을 쳤다.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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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은 2019년 폴란드 U-20월드컵에서도 한 두 살 위인 형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호통을 치고 지시를 내리는 모습으로 '막내형'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선 이강인보다 어린 선수(김지수 양현준)들이 있어 '막내' 타이틀을 뗐지만, 여전히 그때 그 막내형의 본능은 유지하고 있다.
이강인은 입으로만 동료들에게 집중하라고 호통친 것은 아니다. 이강인은 120분 동안 교체없이 누구보다 왕성하게 온 그라운드를 누볐다. 절묘한 중거리 슛이 상대 골키퍼에게 막힌 뒤 머리를 감싸쥐지 않았다. 다음 공격을 하기 위해 곧바로 코너 플랫 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이날 경기에서 이강인은 결승골을 넣거나,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하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킥을 담당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에서 막내였던 이강인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있었기에,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 이러한 승리욕은 64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