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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최근 일본 J리그 우승 판도는 K리그와 비슷했다. K리그는 2017년 이후 전북(5회)과 울산(2회), '절대 2강'이 우승 트로피를 양분했다. J리그에선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4번과 2번 우승하며 2파전을 벌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K리그와 J리그에선 우승할만한 팀이 결국 정상에 오르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우승권에 근접한 것과 우승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고베에는 특급스타들이 즐비했지만, 고베식 패스축구가 J리그에 먹혀들지 않았다. 2022년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승,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6월까지 감독만 3번 교체하며 크게 흔들렸다. 최종 순위는 13위였다. 시즌 도중에 부임한 요시다 다카유키 현 감독은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했다. 이니에스타를 과감히 선발에서 뺐다. 아무리 '국대급' 선수랄지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벤치에 앉혔다.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팀 컬러를 바꾸기 위해선 90분 내내 '팔팔하게' 뛸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나이 삼십대 후반인 이니에스타에게 활발한 공수 전환을 주문할 순 없었다. 결국 고베는 올해 여름 이니에스타와 작별했다. 우승을 위해서 과감한 결단과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2022시즌 34경기에서 16번이나 패한 뒤 베테랑들 입에서 "내려 서서 지키는 축구를 하더라도 패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고, 이러한 '각오'는 젊은 선수들에게도 전파됐다. 개인에 의존하던 고베가 올시즌 팀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요시다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아무도 우리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3연승으로 2023시즌을 시작한 고베는 한 번의 연패없이 우승에 골인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기점으로 점유율 축구를 버리고 전방 압박과 역습을 중시하는 새 스타일로 상승세를 탄 일본 A대표팀처럼, 고베가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리그를 정복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베가 자금력을 갖춘 팀이란 사실을 간과할 순 없지만, 돈을 많이 쓰는 팀이 무조건 우승하는 건 아니다. 다음 시즌 K리그에도 비셀 고베와 같은 '신선한 팀'이 등장할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