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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제대로 선수를 파악하고 있는걸까.
졸전이었다. 핑계는 없었다. 대표팀의 핵심 자원인 유럽파들은 지난 주말 펄펄 날았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3일 번리전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왼쪽 날개에서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긴 손흥민은 마수걸이 골을 해트트릭으로 장식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주춤했던 황희찬 역시 크리스탈팰리스를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8일만에 전격적으로 부상 복귀에 성공한 황희찬은 이날 후반 15분 교체 투입, 그라운드를 밟은 지 5분 만에 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19일 브라이턴과의 2라운드에서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데 이어 다시 득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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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을 제외한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점은 웨일스전을 앞둔 클린스만 감독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더욱이 유럽에서 치러지는만큼, 유럽파 선수들에게 이동 문제도 없다. 여기에 이순민(광주FC)을 비롯한 K리거들도 시즌 말미로 넘어가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연 최상의 선수 선발이었냐' 하는 의문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분명 컨디션적으로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최상의 전력이었다.
문제는 전술이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상이었지만, 정작 최고의 퍼포먼스를 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홍현석과 이재성을 좌우 날개로 배치했다.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을 측면에 두며, 중앙과 연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혔다. 좌우 풀백에는 오버래핑이 좋은 이기제(수원 삼성)과 설영우(울산 현대)가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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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민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이순민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황인범과 교체돼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황인범의 자리에 그대로 뒀다. 후반 클린스만호는 황인범의 위치를 올려 4-1-4-1로 전형을 바꿨다. 이순민은 멀티 자원이지만, 아주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이순민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한칸 아래에서 많은 활동량을 주는게 맞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을 공격적으로 두며 그를 반밖에 쓰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알 아인)가 근육 경련으로 교체되자, 이순민을 원래 자리에 뒀다.
여기에 K리그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 이기제와 정승현(울산 현대)을 택한 것도 아쉬웠다. 이기제는 수원에서도 수비 불안을 보였고, 정승현 역시 울산에서 집중력 부재로 김기희에 주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두 선수는 이날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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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외유가 비판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선수단에 공을 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시대가 달라진만큼 다른 방식으로 선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이순민을 얼마나 지켜봤을까. 그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을까. 이미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선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기용할리가 만무하다. 이번 웨일스전 졸전의 비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손흥민-김민재 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