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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모든 분들이 우리가 독일과 비길 거라곤 생각지 못하셨을 것같다. 2연패 후 4년간의 준비가 무의미해졌지만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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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소연이 뒤로 지나가던 케이시 페어를 향해 영어로 "너, 그거 넣었어야 해(You should have scored that goal)"이라고 외쳤다. 지소연이 찔러준 스루패스가 아깝게 골대 아래를 맞춘 장면이다. 전반 6분 조소현 선제골의 전조였다. "전반 2분 케이시에게 찬스 난 게 들어갔더라면 더 좋은 분위기 속에 더 몰아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독일을 상대로 모로코, 콜롬비아보다 골대에 더 가깝게 갔다는거, 진작에 이렇게 경기를 했더라면"이라며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그래도 자랑스러운 건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것을 잊지 않은 것,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신 분들, 경기장에 오신 분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코칭스태프들을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많이 밀리긴 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돌아봤다.
이날 1대1 무승부로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 첫 골과 첫 승점을 함께 땄다. 지소연은 "다행인건 2019년보다는 성적이 좋았다. 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경험이 나에겐 물론 어린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지소연은 이날 중앙, 측면을 쉴새없이 오가며 달리고 또 달렸다. 패스를 찔러주고 측면에서 돌파하고 상대의 패스줄기를 끊어내며 102분에 달하는 경기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지소연은 "많이 안뛸 수가 없었다. 소리치고 태클해주고, 계속 뛰고, 언니로서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이 많이 느꼈다. 마지막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월드컵에서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선 두 경기가 너무 아쉽다. 오늘 같이 자신 있게 조금 더 보여줬으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월드컵에서 좋지 않았다고 해도 우린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시안게임도 있고, 아시안컵도 있다"며 다시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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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전 무승부의 의미를 묻자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앞선 두 경기를 하면서 4년간의 준비가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무리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힘을 냈다"고 했다. 작은 보상이라도 됐을까라는 질문에 그녀는 미래를 바라봤다. "어린 선수들이 더 보고 더 느끼고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
황금세대들이 오매불망 염원해온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찬 미래, 이날 황금세대와 차세대가 어우러져 독일을 잡은 이 경기를 통해 그녀는 희망을 봤을까? "(천)가람, 케이시 등 어린 선수지만 많이 뛰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는 이제 케이시, (천)가람, (추)효주, (장)슬기, (최)유리가 다함께 이끌어 가야 한다. 자랑스럽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한국 여자축구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처음으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지니까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믹스트존을 총총 떠났다. 4년의 기다림, 16강 기적은 없었지만 희망을 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오랜 눈물을 닦아준 독일전이었다.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