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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쯤 되면 '전천후 킬러'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선발 명단에 든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을 주던 토트넘 홋스퍼의 에이스 손흥민이 이번에는 '슈퍼조커'로 변신해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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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이날 웨스트햄전을 앞두고 발표된 토트넘 선발 명단에서 빠지자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이례적이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비록 손흥민이 최근 경기력 저하 문제 때문에 선발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로 제외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무려 5개월 만의 선발 제외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미 손흥민은 이전에도 '슈퍼조커'의 면모를 보인 바 있다. 시즌 첫 선발 제외됐던 지난 8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도 교체 투입 후 불과 13분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즉, 손흥민의 '조커 본능'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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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역시 '영혼의 단짝' 케인과의 궁합이다. 손흥민과 케인은 개별적으로도 이미 EPL 최정상의 기량을 지닌 슈퍼스타다. 토트넘의 에이스 자리를 양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이들은 또 '함께' 할 때 더욱 강한 시너지 능력을 발휘한다. 이미 EPL 최고의 콤비로 '최다합작골'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종전 최다골 기록인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첼시)의 36골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번 골로 '손-케 듀오'의 합작골은 45골로 늘어났다.
이날 역시 이들의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했다. 찰나의 작품이었다.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후반 27분이었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투입된 지 5분이 경과한 시각. 후방 토트넘 진영에서 수비진이 전방으로 롱패스를 보냈다. 최전방 중앙에 있던 케인은 웨스트햄 수비진과 격렬한 몸싸움을 이겨내고 이 공을 살렸다.
동시에 손흥민이 달렸다. 왼쪽 진영에서 페널티 박스를 향해 전력 질주. 이미 케인이 자신에게 공을 넘겨주리라는 강한 확신이 있던 것이다. 케인은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공을 완전히 소유한 뒤 그대로 앞쪽 손흥민을 향해 킬패스를 찔러넣었다. 속도와 방향이 완벽했다. 수비수에게 걸리지 않고, 정확히 손흥민의 발끝에 배달됐다. 손흥민도 적절한 속도 조절을 통해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박스로 침투해 달려나온 상대 키퍼의 왼쪽 방향으로 정확한 오른발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과 케인이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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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은 손흥민은 리그 5호이자 이번 시즌 9회 골이었다. 더불어 EPL 개인 통산 98호 골이기도 하다. 이제 2골만 더 넣으면 대망의 'EPL 통산 100호골'을 달성하게 된다. 역사적인 이정표를 찍게되는 것이다.
EPL 개인통산 100호골은 '리빙 레전드'의 기준점이나 마찬가지다. EPL이 공식 출범한 뒤 아직까지 통산 100호골을 넣은 선수는 33명 밖에 되지 않는다. 최초의 100골 달성자인 앨런 시어러(통산 260골)를 필두로 웨인 루니(208골) 앤디 콜(187골) 티에리 앙리(175골) 등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해 있다. 즉, 100호골을 달성하는 즉시 EPL 역사에 남는 '레전드' 반열에 오른다는 뜻. 현지에서는 아예 이들을 'EPL 100클럽'으로 분류한다.
'현역 선수'로 범위를 제한하면 불과 4명 밖에 되지 않는다. '영혼의 단짝' 케인과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라힘 스털링(첼시) 만이 '현역 EPL 100클럽' 멤버들이다. 손흥민이 2골을 더 넣으면 이들과 함께 '현역 EPL 100클럽 5인방'이 된다. 더불어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도 세울 수 있다. 지금 기세라면 시즌 내 달성이 유력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