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 골, 두 골, 세 골… 토트넘전에서 실점이 늘어날수록 프랭크 램파드 에버턴 감독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해리 케인이 5번째 골을 터뜨리자 넋을 잃고 마치 10km 떨어진 곳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이 중계화면에 그대로 포착됐다.
잉글랜드 축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무구한 역사를 지닌 이 머지사이드 클럽은 시쳇말로 '망테크'를 탄 상태로 보여진다.
구단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램파드 감독은 2016년 2월 파하드 모시리 에버턴 구단주가 취임한 뒤로 구디슨 파크에 입성한 6번째 감독이다. 로날드 쿠만, 카를로 안첼로티, 마르코 실바, 샘 앨러다이스, 라파엘 베니테즈 등이 거쳐갔다. 케빈 틸웰은 3번째 디렉터다.
구단은 재정적인 문제도 안았다. 모시리 구단주는 에버턴을 빅4에 어울리는 구단으로 변모시키고자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지난 6년간 선수 영입에만 4억5000만파운드(약 7300억원)를 썼다. 에버턴은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시즌당 1300만파운드, 루카 디뉴에게 700만파운드를 줬다.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서는 팀 만큼 '과소비'를 했다.
결국 이러한 무분별한 지출은 막대한 부채가 돌아왔다. 에버턴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억6000만파운드 가량의 재정적 손실을 봤다. 지난해 한 해에만 1억파운드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프리미어리그 규정상 승점 삭감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망했다.
여기에 보통의 클럽과 다르게 강등될 경우 선수들의 연봉을 20% 삭감하는 내부 규정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등된다면 더욱 심각한 재정난에 빠질 게 불보듯 뻔하다. 위기를 인식한 구단은 지난해 여름 뒤늦게 체질개선에 나섰다. 자유계약으로 선수 4명을 영입했다. 더마레이 그레이 영입을 위해 쓴 이적료는 170만파운드에 불과했다. 겨울에는 델레 알리를 사실상의 자유계약으로 영입하고, 도니 판 더 빅과 안와르 엘 가지를 임대로 데려왔다.
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꿀 선수 영입은 없었다. 정확히는 영입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맞다. 결국 에버턴은 감독 교체와 맞물려 이도저도 아닌 스쿼드를 구축했다. 돈을 들여 영입한 비탈리 미콜렌코 대신 존조 케니를 레프트백으로 기용하고 있다. 앤드로스 타운센트, 살로몬 론돈, 안드레 고메스, 알렉스 이워비 등 베테랑들은 토트넘전에 기용되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故 고든 리 감독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팀을 이끌 때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 시기 에버턴은 두 차례 탑4에 오르고, 두 차례 FA컵 준결승에 오르고, 한차례 리그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리 감독을 비난한 사람들은 지금의 에버턴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할까"라고 적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