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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겨울이적시장이 뜨겁다.
코로나19 여파로 예년처럼 거액이 오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각 팀들의 눈치 전쟁이 치열하다. 특히 올 겨울은 활발한 트레이드로 그 어느 때보다 선수이동이 많다. 다대일 트레이드는 물론, 이해 관계에 따라 삼각, 급기야 오각 트레이드 이야기까지 나왔다. 줄어든 주머니 사정으로 이적료를 내는 대신 선수간 교환으로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 K리그2 득점왕-MVP 출신인 수원FC 안병준이 '국대 MF' 강원FC의 이영재와 맞트레이드 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울산 현대는 3대1 트레이드로 국가대표 윙어 이동준을 품었고, 삼각트레이드로 박용지(성남FC) 김동현(강원) 이현식(대전 하나시티즌)이 옷을 갈아입었다.
매 겨울 마다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는 경남은 올 겨울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FA 최대어로 불린 '국대 스트라이커' 이정협을 데려왔고, 1부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던 윌리안 에르난데스 임민혁 등을 품는데 성공했다. 김영찬 김명준 김동진 등 수비쪽에도 알짜배기들을 데려오며, 지난 시즌 이상의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승격팀' 수원FC도 활발한 겨울이적시장을 보내고 있다. 거액을 들여 빅클럽의 구애를 받던 '국가대표 수비수' 박지수 영입에 근접했고,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박주호 윤영선 정동호 양동현 등을 데려왔다. 영입한 선수 이름값만 놓고보면 웬만한 기업구단 이상이다.
강원과 경남, 수원FC 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민구단들도 의욕적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J리그에서 뛰던 국가대표 출신의 측면 수비수 오재석을 데려왔고, 지난 시즌 잔류의 주역인 오반석을 전북 현대에서, '원클럽맨' 김광석을 포항 스틸러스에서 영입하며 수비의 깊이를 달리했다. 여기에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던 '에이스' 무고사를 잔류시키며 '셀링클럽'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인천은 추가로 공수에 선수를 더할 계획이다. 올 겨울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FC안양도 K리그1에서 뛰던 심동운 김경중 등을 더했고, 부천FC도 예년보다는 선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시도민구단은 기업구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좋은 선수들을 스쿼드에 더하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시도민구단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결제 라인이 복잡해 결정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기업구단과 달리, 시도민구단은 대표 혹은 단장 결제만 떨어지면 곧바로 선수 영입을 완료할 수 있다. 경남이 대표적이다. 경남이 기업구단과의 경쟁에서 여러차례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경남만의 독특한 스카우트 시스템이었다. 경남은 감독의 선수 요청, 대표의 빠른 재가, 전력강화팀의 협상이라는 구조로 대어를 품었다. 특히 전력강화팀의 협상력은 K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강원, 수원FC는 아예 축구인 출신의 스타 행정가를 수장에 앉히며 선수 영입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상부의 결제 없이 본인들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영입전에서도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감독이나 스카우트 이상으로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난 이영표 대표와 김호곤 단장은 좋은 선수라는 판단이 들면, 지체없이 영입을 결정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시장에 적극 개입해, 다양한 트레이드를 엮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삼각 트레이드와 오각 트레이드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업구단이 허리띠를 졸라 매며 '총알 경쟁'에서도 이전에 비해 격차가 줄어들었다. 전북, 울산 현대, 대전 정도를 제외하면, '머니 파워'로 시도민구단을 누를 수 있는 기업구단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케이스에 따라서는 시도민구단이 더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도민구단들이 기업구단이 쉽게 해줄 수 없는 메리트, 예를 들어 장기계약, 코치 보장 등을 제시하며 스타급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도민구단이 지원이나 인프라 면에서도 많이 올라온 만큼, 선수들 역시 시도민구단으로 향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졌다. 때문에 이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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