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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도 시점이 묘하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협상은 해를 넘겼다. '케인급 대우를 받는다'며 곧 사인할 것 같았던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기류가 바뀌었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원하는건 사실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코로나19로 구단 사정이 좋지 않은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새계약 협상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레알 마드리드행 루머가 나왔다.
당연히 토트넘 측은 불만이 있는 분위기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스퍼스웹은 '한국 에이전트가 손흥민의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소문을 흘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여러차례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남은 커리어를 보내고 싶어한다"고 말하는 등 손흥민의 재계약을 잔류했던 토트넘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루머다. 손흥민 측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에도 레알 마드리드행 루머를 단순 지라시로 넘기기에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다. 일단 첫 루머 당시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일단 당시 최고의 기량의 보이던 아자르를 영입했고, 마르코 아센시오, 비니시우스 주니어, 루카스 바스케스 등 측면 자원들이 즐비했다. 결정적 이유는 '비유럽 선수' 룰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5명의 스쿼드 중 비유럽 출신 선수들을 단 3명 보유할 수 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에데르 밀리탕, 호드리구를 영입하며, 기존의 비니시우스를 포함해 이미 3장의 쿼터를 모두 채운 바 있다. 세 선수 모두 레알 마드리드의 미래로 불리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당장 레알 마드리드가 이 선수들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선 아자르가 최악의 활약을 보이며 측면이 무너졌다. 카림 벤제마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은 예전같지 않다. 아자르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년 전보다 더 성장한 손흥민은 이제 레알 마드리드 클래스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했다. 현재 폼만 놓고 보면 아자르 보다 몇수 위다. 여기에 레알 마드리드가 애지중지했던 비니시우스, 호드리고 등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이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2년 전보다는 훨씬 높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 손흥민을 데려올 명분과 상황이 충분해진 셈. 게다가 손흥민이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지금, 영입전에 뛰어들 토대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핵심은 레알 마드리드의 의지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다. 킬리앙 음바페, 엘링 홀란드,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등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 전성기에 접어든 손흥민은 미래 보다는 현재를 위한 선택이다. 현재 손흥민의 가치, 여기에 그간 보여준 다니엘 레비 회장의 협상술을 감안하면, 토트넘은 보도된 7000만파운드로는 절대 손흥민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지금, 음바페, 홀란드 등의 영입을 노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손흥민 영입에 1억파운드 이상의 돈을 쓸 것인지는 의구심이 붙는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여름 단 한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물론 마케팅의 귀재인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손흥민의 아시아 내 영향력을 모르지 않는만큼, 전격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페레즈 회장은 "가장 비싼 선수가 가장 싼 선수"라는 철학 아래, 특급 선수 영입 후 이적료 이상의 돈을 벌어왔다. 예전처럼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변수지만, 손흥민은 분명 레알 마드리드가 현재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행 루머가 '단순 소설'로 치부되지 않을 정도의 선수로 성장했다.
무리뉴 감독이 "경력에 레알 마드리드가 없다면 성공한 축구인이 아니다"고 했을 정도로, 레알 마드리드가 축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특별하다. 과연 손흥민의 레알 마드리드행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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