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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게 해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떠나려 합니다."
지난 시즌 '국대 후배' 홍 철, '영건' 설영우와 함께 왼쪽 풀백 자리를 나눠 뛰었던 베테랑 풀백 박주호의 존재감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났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대회였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김도훈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속에 8경기에 나섰다. 일찌기 유럽챔피언스리그, A매치, 아시안게임 결승전 등을 수차례 경험한 그는 침착하고 노련한 팀 플레이, 강철같은 멘탈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그라운드 기싸움에서 박주호의 울산은 베이징 궈안에도, 빗셀 고베에도, 페르세폴리스에도 눌리지 않았다. "괜찮아!" "우리 것 하면 돼!" "얘네 별 거 없어!" 매경기 목이 다 쉰 채로 또 외치고 또 달렸다. 큰 무대를 아는 베테랑이 보여준 혼신의 파이팅, 그렇게 울산은 8년만의 ACL 우승 신화를 썼다.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1초까지 프로로서 최선을 다했다.
자가격리 중 이적 소식이 알려지자 박주호는 2일 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작별인사를 건넸다. '울산에서의 마지막 사진'이라는 한줄로 울산과의 이별이 사실임을 알렸다. 마지막 인사에도 그의 품격이 고스란히 담겼다. 선수들뿐 아니라 선수단을 살뜰히 지원한 구단 직원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을 묵묵히 도운 '조리장' '아버님' '어머님'께 일일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함께한 선수들, 그리고 안보이는 곳에서 선수들을 서포트해준 우리 지원팀들, 항상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신 조리장님과 어머님들, 그리고 선수들이 운동하고 둔 옷과 뒷정리를 해주시는 아버님들, 올해부터는 고생한 만큼 보상과 대우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한편 ACL 우승 후 귀국해 지난달 21일 자가격리에 들어간 울산 선수들은 3일 정오 2주 격리에서 해제된 후 홍명보 신임 감독은 7일 상견례를 통해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누고, ACL에 나선 선수들은 일주일 휴가 후 11일부터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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