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사령탑 무덤' 감독 대행의 대행, FC서울 K리그2 강등 남의 일 아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9-28 09:50


2020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삼성에 1대3으로 패한 FC서울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9.26/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감독 대행의 대행.

FC서울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대3으로 완패했다.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부터 패배를 떠안은 서울(승점 25)은 다음 시즌 K리그1(1부 리그) 잔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예견된 패배였다. 서울은 킥오프를 불과 이틀 앞뒀던 지난 24일 오후, 김호영 감독대행의 사임 소식을 전했다. 서울은 '김 대행이 자진 사임했다. 서울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차기 감독 선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은 두 달여 만에 또 한 번 선장을 잃었다. 지난 7월 최용수 감독이 팀을 떠났고, 뒤를 이어 팀을 이끌던 김 대행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김 대행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 안에 얽힌 복잡한 상황 때문이다.

김 대행은 자신의 거취를 두고 구단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행은 감독 승격에 대한 답을 구했다. 구단은 갑작스런 질문에 확답을 주지 못했다. 김 대행은 24일 오전 훈련 뒤 구리GS챔피언스파크를 떠났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대행은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뒤 구단의 이른바 '프론트 축구'에 시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베테랑 선수들을 기용했다가 구단에서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계속되는 논란. 팩트는 하나다. '전통의 명문 구단'으로 불리던 서울이 불과 3년 새 '사령탑의 무덤'이란 불명예를 안았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황선홍 감독이 자진사퇴했고, 그해 10월 이을용 감독대행이 물러났다. 그나마 '소방수' 최용수 감독이 2년 가까이 버텼고, 김호영 감독대행은 2개월 만에 떠났다. 불명예도 이런 불명예가 없다.

한때 K리그 '리딩 클럽'으로 불리던 서울의 흑역사.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지난 2017년 11월. GS칼텍스의 재무 전문가였던 엄태진 사장이 부임했다. 엄 사장은 서울의 명예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실상은 달랐다. 서울은 이적 시장에서 각종 난맥상을 드러냈다. 일부 베테랑 선수의 '이적설'은 끊임없이 돌았다. 서울이 투자 대신 '셀링 클럽'을 택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미래를 키운다던 약속마저 저버렸다. 구단은 FOS의 절반 이상을 정리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2015년 FA컵, 2016년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영광은 과거의 일일 뿐이다. 서울은 2018년 11위로 추락, 목숨을 건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가까스로 K리그1 무대에 잔류했다. 팬들은 '잊지 말자, 2018년!'이라며 구단을 질책했다. 구단 역시 명가재건을 약속했지만, 그저 메아리만 칠 뿐이었다.

서울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2018년의 아픔은 되풀이 되고 있다. 서울은 2020년에만 선장이 세 번 바뀌었다. 대행의 대행이라는 기괴한 구조다. K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서울이 감독들을 너무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것 같다. 황선홍 최용수 이을용 등은 한국 축구의 자산이다. 이제 누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 서울은 '포스트' 지도자도 마련해 두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널 첫 경기 패배는 예고된 결과였다. 이제 서울의 K리그1 잔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승점 1점 차 빽빽한 순위 싸움. 또 다시 선장을 잃은 서울이 남은 4경기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번 삐끗하면 떨어지는 K리그2 강등. 서울의 위태로운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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