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고, 최고, 최고!'
지난 1~2일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IPO(기업공개) 일반 공모에서 역대 최대 증거금 등 각종 기록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2개월 전 상장된 SK바이오팜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쏠쏠한 수익을 얻었고, 시장에 유동 자금이 넘쳐나고 있으며, 카카오 계열사라는 '후광효과'까지 겹치는 등 다양한 호재가 넘쳐났던 절호의 시기였기에 나타난 일종의 신드롬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게임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더불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크래프톤 등 향후 공모를 예정하고 있는 회사들이 게임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기세를 이어감은 물론 산업의 전반적인 위상 제고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코스닥 IPO에 처음으로 도전했지만 회계 감리 문제로 인해 스스로 철회한 바 있는데, 2년만의 '재수'에서 대반전을 이뤄냈다.
이번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에는 무려 58조 5543억원이라는 기록적인 공모 자금이 쏟아졌다. 당연히 역대 최고의 증거금으로, 이전 최고 기록은 SK바이오팜이 가지고 있는 31조원이다. 거의 2배 가깝게 증가했는데, 증시에서 투자자예탁금이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액이 지난달 말 역대 최대인 60조원씩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로 주식에 투자할 예비 자금 대부분을 빨아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또 41만 7000여명이 공모에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공모 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든 투자자가 대략 70%에 이른다고 하니 카카오게임즈가 IPO라는 또 하나의 재테크 수단을 대중화 시킨 셈이다. 1인당 평균 1억 4000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공모를 진행한 3개 증권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2000만원 투자에 고작 1주(2만 4000원)를 받는데 그칠만큼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정작 투자자로선 큰 실익은 없었다.
달라진 시각, 달라진 책임
사실 다양한 호재가 넘치는 시장이지만 카카오게임즈에 이 정도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기에 역대 최고액인 31조원은 어쩌면 넘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일반 공모액이 384억원으로 SK바이오팜의 40%에 불과했기에 이 정도가 될지는 몰랐다"며 "카카오게임즈 공모 마감일인 2일에 많은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가 덩달아 오른 것도 이를 반영한다고 본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에서도 게임주에 대한 중요도나 비중은 한층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기록은 쉽게 깨지기 힘든 것은 물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을 예고하는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이미 코스피 시장에선 4일 현재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게임 대장주들이 각각 시가총액 17조 8486억원과 16억 9468억원으로 전체 15위와 17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코스닥에서도 펄어비스(2조 6722억원)와 컴투스(1조 6572억원)으로 10위와 20위에 각각 올라있다. 10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조 7569억에 이르는데, 장외가가 공모가의 3배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5조원 이상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단숨에 상위 5위 안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코스닥은 코로나19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씨젠 등을 비롯한 바이오주가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게임즈가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통해 펄어비스, 컴투스 등과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해 시장을 이끈다면 바이오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호재에 업계가 동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악재도 함께 겪을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 게임 대장주로서 기대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업계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는 이번에 주식 시장에 데뷔하면서 소수 주주만이 아닌 깐깐한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게임은 대표적인 흥행 산업인데다 유저들과 직접 상대해야 하기에 시장에서 통하는 신작 출시는 물론 안정적인 운영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경우 주가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 회사 이미지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다. 또 상장 자금으로 다양한 국내외 IP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기대대로 진행돼야 한다. 한마디로 시장에서의 위상이 올라간만큼 책임감도 커졌다는 뜻이 된다.
기록은 깨질까
시장에선 이 기록이 다음달 바로 깨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추석 직후인 10월 5~6일 코스피 시장 일반 공모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액의 2.5배 정도인 최대 962억원의 공모를 예정하고 있어 아예 내친 김에 100조원 가까운 증거금을 모을 수 있다는 때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SK바이오팜처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좋아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또 이번에 20~30대가 이른바 '영끌'을 통해 공모에 참여했는데 정작 배정된 주식이 거의 없어 빅히트 때는 이 정도로 몰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여기에 넷마블이 빅히트의 2대 주주로 이미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서 주가가 폭등한 바 있고, 빅히트도 BTS의 IP를 활용해 내부 혹은 외부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등 게임산업에도 뛰어든 상황이라 이래저래 관심이 모아진다.
여기에 이미 장외 시장에서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가 총액이 10조원 가까이 오른 게임사 크래프톤도 최근 부진한 사업을 계속 정리하고 CI를 변경하면서 재정비, 빠르면 내년 초 상장을 예고하고 있어 역시 카카오게임즈의 기록을 갱신할 유력 주자로 꼽히고 있다. 크래프톤이 현재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과 함께 역시 트로이카를 형성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아직 대어는 없다" 7파전 신인왕 경합...팀성적도 고려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