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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대표적인 축구도시는 정중앙에 위치한 마드리드, 동북부에 위치한 바르셀로나다.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이 요즈음 들썩거린다. '안달루시아 더비'로 대표되는 세비야와 레알 베티스 때문은 아니다. 우승 한번 없는 바로 그 승격팀 그라나다가 돌풍을 일으키며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있다.
그라나다는 지난 27일 홈구장 누에보 로스 카르메데스에서 열린 베티스와의 2019~202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라운드에서 1대0 승리하며 6승2무2패 승점 20점을 기록, 2위 바르셀로나(승점 19점)를 승점 1점차로 따돌리고 깜짝 선두에 올랐다. 같은 라운드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가 카탈루냐 시위 사태로 연기되는 행운이 따랐지만, '강등 1순위'의 선두 돌풍을 축구계가 그냥 넘길 리 없다.
레스터는 우승 시즌에 산전수전 다 겪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라는 베테랑 지도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라나다의 감독은 올 시즌 전까지 1부 무대를 지휘해본 적 없는 39세 디에고 마르티네스다. 올 시즌 라리가 최연소 사령탑인 그는 "진흙탕까지 떨어져 본 선수"라고 표현한 그라나다의 선수와 마찬가지로 선수로 빛을 보지 못했고, 오랜기간 소규모 지역팀과 유스팀을 맡았었다. 그러다 2017년 강등된 이후 2부에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던 그라나다 지휘봉을 잡아 단번에 1부 승격을 이끌더니 라리가 무대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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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오렌지를 주면 오렌즈주스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대로 팀에 매 경기 다른 색의 전술옷을 입혔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은 그라나다 축구를 '공격적' '조직적 압박' '빠른 전방 공 탈취' 등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개별적인 칭찬을 거부한 채 모든 공을 팀과 감독에게 돌리고 있다. 단합력만큼은 리그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인 사업가 존 장(마르티네스 감독보다 한 살 어리다!)이 구단을 인수한 불과 3년 전만 해도 그라나다에는 희망이 보이질 않았다. 2016~2017시즌 그라나다는 라리가에서 단 4승에 그치며 2부로 추락했다. 해당 시즌 선수단 내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가 넘쳐났는데, 시즌 막바지 연봉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았다. 아스널 출신 토니 아담스 감독은 그라나다에서 '기적'을 만들진 못했으나, 장 구단주에게 선수단과 사무국 내에 스페인인, 특히 안달루시아 출신 비율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장 구단주는 이 말대로 체질 개선에 나섰고, 구단은 몰라보게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으로 선두에 오른 것이 아니란 얘기.
잉글랜드 프리랜서 기자이자 오랜 그라나다 팬인 히스 체스터는 영국공영방송 'BBC'를 통해 "장 구단주는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고, 팀의 성장을 이끌 올바른 인물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레스터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친 체스터는 "개인적으로 유럽무대 진출도 기대하지 않는다. 1부 잔류가 그들의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마르티네스 감독과 선수들도 "지금은 숫자(순위)를 쳐다보지 않고 있다"며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언론은 그라나다가 이미 강등권에서 크게 멀어진 상태라며 현재 기세라면 유럽진출권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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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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