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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 내 훈련장엔 이른 아침부터 울산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뜨겁고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숫자가 평소보다 많았다. 울산 관계자는 "김승규 효과"라고 귀띔했다.
26일 울산은 김승규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지난 2015시즌 후 빗셀 고베로 이적했던 울산 유스 출신 국대 골키퍼 김승규가 3년 반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김승규의 첫 훈련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려들었다. 훈련후 이근호 정동호 주민규 등 동료들과 운동장을 뛰던 김승규가 팬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복귀 인사를 나눴다. 여고생 팬 박은서양(17)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적이 갑작스러워서 놀랐다. 너무 보고싶었는데 3년 반만에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 김승규 선수가 왔으니 올해는 우리 울산이 우승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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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는 올해 초 일찌감치 이적을 염두에 뒀었다. "올초에 J리그 외국인선수 쿼터가 바뀌고 아시아쿼터기 없어지면서 팀에 나가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여름 이적시장까지 한번 기다려보자' 했고, 이번에 결국 울산에 복귀하게 됐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김승규는 2015년 울산을 떠난 후 지난 3년간 J리그 빗셀고베 주전 골키퍼로 매시즌 3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그러나 올시즌 빗셀 고베가 골키퍼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총 20경기중 12경기를 뛰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골키퍼인 김승규는 망설이지 않았다. 김승규의 경쟁력은 곧 국가대표 팀의 경쟁력이다. 더 많이 뛰어야 했다. 김승규는 "한경기 뛰다 안 뛰다 하다보면 리듬을 찾기 어렵다. 경기를 쭉 뛰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대표팀에 뽑히고 싶었다. 중요한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고 대표팀 내에서도 경쟁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속팀에서 경기력을 유지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대 골키퍼' 김승규의 이적설이 퍼지면서 K리그 복수의 팀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거부하지 못할 파격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10대 때부터 울산에서 잔뼈가 굵은 김승규의 선택은 '친정' 울산이었다. "프로선수라면 긍정적인 조건과 대우를 먼저 따져야 한다. 거절할 수 없는 금액도 제안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울산에서 제안이 왔을 때 구단끼리 경쟁을 붙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깊은 고민 끝에 울산행을 결정했고, 이후론 울산과만 협상했다. 울산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다"고 울산행의 과정을 설명했다. "나는 울산 현대고, 유스 1기다. 팀을 선택함에 있어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새로 들어오는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의 결정과 이적 과정이 구단이나 유소현 후배들에게 좋은 길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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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현대고 1학년 때 프로에 입단해 국대 골키퍼가 되기까지 김승규가 걸어온 길은 울산 유스들이 가야할 길이다. 울산이 시즌중 김승규 영입에 적극 나선 배경이다. 김범수 울산 현대 골키퍼 코치는 "승규가 후배 유스 골키퍼들의 롤모델이자 멘토로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울산 현대 유스 출신 막내, 22세 이하 골키퍼 문정인(21)은 "승규형은 제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존경하고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같이 훈련하게 된 것이 실감이 안난다"고 했다. "승규형은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이다. 좋은 선배들이 많지만 승규형은 정말 내게 다른 느낌이다. 배울 것도 정말 많다. 함께 훈련하면서 저도 승규형처럼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김승규 역시 후배 문정인과 함께 걸어갈 길에 기대감을 표했다. "정인이는 가진 것이 많다. 고등학교 때부터 잘했던 선수다. 지금도 잘하지만 조금만 더 성장하면 무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어린 후배와의 공존과 경쟁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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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목표, 팀 목표 모두 우승"
김승규의 복귀와 함께 올시즌 울산 골문을 지키던 오승훈이 제주로 떠났다. 김승규는 곧바로 30일 서울과의 홈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오늘 첫 훈련을 했다. 아직 경기를 안했지만 숙소도 어릴 때부터 계속 있던 곳이고, 특별히 적응에 어려움은 없을 것같다"며 웃었다. 2-3위 전쟁, 상위권 맞대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울전은 울산에 돌아와서 치르는 첫 경기다. 우리는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강조했다. "세상에 쉬운 팀은 없지만, 서울은 강팀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서울전을 잘 넘기면 이후 적응하는 데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간의 짧은 기간동안 수비라인, 팀 전술에 녹아들어야 하는 것이 과제다. 김승규는 "제가 팀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기존선수, 수비라인의 경기를 보면서 스타일을 연구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5시즌 윤정환의 울산과 2019시즌 김도훈의 울산은 분명 다르다. 일본서도 '친정' 울산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살펴왔다는 김승규는 "그때에 비해 지금 울산 축구는 골키퍼의 빌드업을 강조하는 축구"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라며 싱긋 웃었다. 울산은 지난 22라운드까지 18실점,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중이다. "제가 왔는데 더 늘어나면 안되죠." 기록을 지켜갈 뜻도 분명히 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승규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우승!"을 외쳤다. "개인적인 목표도, 팀 목표도 무조건 우승"이라고 했다. "4년전 팀을 떠날 때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고 가서 마음에 걸렸다. 준우승은 해봤는데… 포항에 져서 2위를 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번엔 꼭 우승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3년반만에 다시 만난 홈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팬들께서 많이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저도 팀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절대 선수들만의 힘으로는 안된다. 팬들이 홈 경기에 더 많이 오셔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상대팀이 우리 홈에서 더 힘들어하도록 많이 찾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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